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美총기사건 능동적 대응을

총격으로 32명이 사망한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이 한국계 학생으로 밝혀지면서 한미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는 지난 92년 경찰관 흑인구타사건으로 촉발돼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LA 한인타운 흑인폭동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이 가져올 한인사회에 대한 파장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의 조의 및 유감성명과 함께 주무부서인 외교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 현지에 ‘교민대책반’을 마련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전 미국 공관 및 한인사회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교포학생 조승희(23ㆍ영문학 전공)로 알려진 범인은 범행 후 자살했으며 사건의 전말은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미국 경찰도 개인적 치정에 얽힌 살인으로 추측하면서도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주요 언론은 조씨의 심리상태ㆍ성장배경ㆍ가정환경 등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범행 동기와 과정들을 설명하고 있으며, 범인의 최근 행적과 교수, 동료 학생들의 증언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2001년 9ㆍ11 테러로 정신적 공황을 경험했던 미국인들에게 이번 사태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인들은 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의아해 하면서 공포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 언론이 이번 사건을 ‘한국인’보다는 총기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외신 역시 이번 사건을 한미관계 냉각에 대한 우려보다는 총기류 소지 허용에 관한 규제의 문제점, 교내 안전강화 대책 등 이번 사태가 일어날 수 있게 한 미국의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 차례의 크고 작은 학내 총기 난사사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총기소유금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복합적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인종ㆍ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이민자의 삶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우리 교포 자녀들이 안고 있는 문화적 이질성과 부모의 기대감은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의 분노 표출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대형사건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미국에 오래 거주한 한국계 사람에 의해 일어난 개인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이다.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를 냉각시키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 정부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우선, 한미 FTA 타결로 조성된 양국간 우호 협력 분위기가 금이 가서는 안된다. 주지하다시피 한미 FTA는 향후 구체적인 실천과정에서 더 많은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VISA 문제, 유학생 문제 등에 있어 제동이 걸려서는 안된다. 한미간 상호의존성이 심화되고 수많은 유학생과 한국인이 미국을 왕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사건이 양국간의 관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총격사건이 한국유학생에 대한 폭력 및 인종차별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며 한인 교포사회의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인종적 편견이나 갈등으로 전도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가 크게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이번 사건에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한미관계가 과거와는 달리 사안에 따라 충돌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의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