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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에어로졸 효과와 기후변화 연구에 매진해왔는데 이런 결과를 맞게 돼 기쁩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ㆍ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9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맹기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폭염이나 집중호우 등과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한국을 포함한 전지구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그런 기후변화 문제를 규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의 빙하와 적설은 주변에 살고 있는 수십억명의 아시아인의 생명과 직결된 수자원으로 아시아의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인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의 빙하와 적설이 온실효과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녹는 것이 관측되고 있었다. 수자원에 심각한 위협을 미치는 이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학계의 숙제였다.
김 교수는 블랙카본이나 먼지 에어로졸이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의 빙하와 적설이 녹는 속도를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고체나 액체의 미립자로 일종의 대기오염물질이며 블랙카본은 이 에어로졸의 한 종류로 화석연료의 불완전연소 등에 의해 발생하는 물질이다.
태앙빛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이 블랙카본 등이 빛을 흡수하면 대기층이 가열된다. 이는 구름을 타게 만들어 구름의 양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지표면이 받는 태양복사의 양은 증가되고 지면이 가열된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블랙카본 등의 복사가열 효과가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의 남쪽 상공에서 마치 열펌프처럼 따뜻한 공기를 끌어올려 적설과 빙하가 녹는 시기를 앞당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김 교수는 지상 관측자료와 인공위성 관측자료 등을 합성한 블랙카본 등 3차원 5종 에어로졸의 시공간 분포를 기후모델에 적용해 모델링했다. 이후 에어로졸의 영향을 고려한 실험과 그렇지 않은 실험을 설계한 후 고성능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적용했다.
김 교수의 이번 연구는 기후 환경 개선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산화탄소의 경우 수명이 수백년이나 돼 지금 당장 감축하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블랙카본 에어로졸은 배출을 줄일 경우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이번 연구결과가 빙하와 적설이 녹는 속도를 완화시키는 것을 넘어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의 수자원을 보호하고 주변 아시아 국가의 기후 환경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게다가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ㆍ IPCC)가 지난해 발표한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기상ㆍ기후 관련 재해 피해액은 2,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김 교수의 이번 연구 결과를 에어로졸ㆍ온실가스의 감축ㆍ대응 등의 관련 사업에 적용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ㆍ사회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김 교수는 2004년에는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로부터 한국과학기술도서상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2005년과 2007년에는 기상청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미국인명정보기관(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 '21세기 위대한 지성'에 선정됐으며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 세계 100대 과학자에 등재되기도 했다.
김 교수의 연구 성과는 2010년 환경연구서신(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됐으며 2006년 이래 최고논문 25편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11년에는 미국지구물리학회 가을학회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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