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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전세제도의 명암-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요즘 전세가의 앙등과 급속한 월세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인구구조 변화와 연결된 피할 수 없는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이므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전월세 상한제'와 같은 정부 개입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정책적 선택을 위해서는 국내 주택 시장의 독특한 임대차계약인 전세제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여태껏 전세는 효율적인 임대차제도라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전세제도라는 징검다리를 가진 우리나라의 자가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왜 높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전세제도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밝은 모습과 함께 여러 사회인 문제를 유발하는 어두운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임대인에게 전세제도는 적은 투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해 증폭된 수익률을 누리게 해준다. 즉 매매가 5억원짜리 아파트에 4억원 전세가 들어 있다면 1억원의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이 경우 매각 때 가격이 10% 상승했다면 투자금 1억원에 대한 수익률은 5배인 50%가 된다. 하지만 이때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률 역시 증폭된다. 이러한 기제 때문에 전세가는 매매가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되며 임대인은 매각을 통해서만 자본차익의 형태로 임대 수익을 취득하므로 지속적인 임대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전세는 다주택자에게 임대주택사업이자 투기자로서의 양면적 행태를 조장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가 가격 상승기에는 월세에 비해 임대료 부담이 낮다. 그러나 가격 안정기에는 주택 가격에 근접하는 전세가가 형성되며 월세 변동이 안정적인 것과 달리 전세는 변동성이 매매보다도 크게 관측된다. 이러한 전세가 급등은 재계약 때 적지 않은 금융자산을 하루아침에 요구하게 되므로 임차인의 적응이 어렵다. 이처럼 낮은 주거비용이라는 장점이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퇴색되는 것이 전세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전세의 장점은 높은 변동성이 수용 가능한 충분한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구나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수 있는 계층만 누릴 수 있다. 변동하는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구는 월세로 전환되면서 소위 자가 가구로의 징검다리에서 탈락한다.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도 전세는 단점을 가진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높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결합하면 과잉투자가 발생할 여지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상승 여력이 사라지면서 전세가율 수준이 하락하면 투자는 극심하게 위축된다. 결국 전세는 동태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효율적인 투자 조정을 왜곡시켜 비효율적인 주택시장이 유지되는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이러한 전세의 문제점을 생각하면 전세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임대차계약 제도인지, 전세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시하게 된다. 비록 임대차 가구의 아픔이 적지 않지만 서서히 이뤄지는 월세 전환을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주택 시장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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