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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거짓말 정국

[데스크 칼럼] 거짓말 정국 홍현종 hjhong@sed.co.kr 거짓말의 구조는 특이하다. 자기 증식 그리고 중독성의 특징을 갖는다. “결국은 진실이 밝혀질 것”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거짓말의 당사자들이 언론 앞에서 흔히 외치는 소리다. 명백한 거짓말에도 고개를 떨구기보단 세상을 향해 이처럼 고개를 치세우는 사람의 이성(理性)은 이미 이성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병적 문제다. 거짓말이 무서운 건 바로 그런 습관, 관성의 상태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체가 지도자이고 거짓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질 때 폐해는 자칫 국가의 흥망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신정아에서 MB까지 공방 잇달아 거짓말 정국, 올해의 키워드일 듯 싶다. 문화 동네로부터 퍼져나간 이 나라 거짓말 파동은 경제계를 거쳐 정치판에는 쓰나미가 됐다. 지난 9월 한 30대 여인이 스타트를 끊었다. 신정아. 학력 만능주의 풍토 속 한 여인의 비뚤어진 집념으로 인한 거짓말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 사건이 잦아들 무렵 경제계에서는 폭탄이 터졌다. 김용철 변호사. 그의 삼성 비자금 폭로는 이 나라에서 ‘힘 좀 쓴다’는 집단을 거의 흔들어놨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거짓말 공방의 피크는 정치판이다. 이명박(MB)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과거 전력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은 국민들에게 과연 이 나라 정치판에 도덕률이란 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낳게 했다. 먼저 논쟁 과정에서 부끄럽게 드러난 우리 사회 시각을 보자. 적잖은 대중이 비리에 대한 감각이 거의 무감(無感)의 지경에 이르렀다면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이해와 맞물려 진실을 덮으려는 의도성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정치적 야심의 ‘선수’들이 앞장서 잠재 권력 주변의 가신으로 포진, 모든 의혹들에 대한 방어벽을 무조건적으로 치고 있다. 그리고 그 의도를 논리로 포장, 개발 독재 시대에나 있을 법한 ‘절차를 무시한’ 왜곡된 성장 만능론을 펴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대로다. 비리 고발자를 ‘X파리’라는 막말을 써가며 핏대를 세우는 일부 언론을 등에 업고 그들이 내미는 주장이란 건 대충 이렇다. 선거는 도덕군자를 뽑는 게 아니라는 주장에서부터 심지어 부패에 대한 내성이 강한 후보가 지도자감이란 희대의 기묘한 논리까지다. 지식이란 참으로 교묘함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표어-언필칭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다. 도대체 미래란 뭔가. 비전이란 또 뭔가. 정직과 신뢰가 국가 장래를 위한 기능과 효율의 기초임을 부정하는 건 국가 발전을 단지 경제 역학으로만 보는 통찰력 부재, 거기에 이해관계까지 섞이면 그건 바로 도덕적 해이의 문제로 넘어간다. 그들은 마치 미래 성장과 진실 규명은 마치 별개인 것처럼 흔히 유권자를 호도한다. 틀린 얘기다. 진정한 유능함을 위해서도 성장과 정직은 동반적 개념이다. 능력있다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대통령으로서 성공한 해외 사례가 거의 없는 이유는 능력보다는 사적인 욕심으로 인한 관성적 부패가 우성(優性)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음주운전 경력 한 번 속인 죄로 선거에서 낙마하는 선진국 사례는 무얼 뜻 할까. 재벌들의 거짓말도 이제는 마땅히 털고 가야 할 시점이다. 시대는 진화했고 성장과 효율성의 개념도 달라졌다. 기업 비리가 기업 성장에 따른 국익을 위해서란 명목으로 덮여지는 논리에 이 나라가 언제까지 끌려 다녀야 할까. 지배층일수록 투명해져야 삼성의 거듭된 부인이 결국 특검을 낳은 반면 MB는 BBK 망령으로부터 극적으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가 아직도 쌓여있는 의혹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건 결코 아니다. 검찰 발표를 만약 나머지 의혹들에 대한 정당화의 방편으로 이용한다면 그것은 집권 후라도 또 다른 의혹의 생성 가능성에 대한 시사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MB측 말처럼 사기꾼 김경준에 의해 온 나라가 흔들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단초를 제공한 건 다른 이가 아닌 바로 자신이란 점을 MB가 잊어서는 안된다. 지배층 일수록 국민에 대한 예의로서도 잘못된 점은 인정하고 자신을 좀더 투명히 단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그게 된다면 MB도, 삼성도 가고자 하는 길을 막아설 국민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들 자신은 물론 국가도, 국민도 모두의 앞날이 어지간히 고단해질 수 밖에 없다. 입력시간 : 2007/12/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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