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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개문복래(開門福來)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지난 80년대 초반 수입자유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논의의 핵심은 우리 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외개방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국내산업 보호에 치중할 것인가였다. 개방론자들은 우리 상품을 세계시장에서 팔기 위해서는 당장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외국제품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호주의자들은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서 당장 개방하면 국내산업이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맞섰다.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끝에 우리는 수입자유화 예시(豫示)제를 택했다. 시장은 개방하되 개별상품의 경쟁력 정도에 따라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는 제도다. 요즘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또는 자유무역 협정에서도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그후 20년이 지났다. 제도시행 초기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패해 눈물을 머금고 사업장 문을 닫은 기업인도 있었을 것이다. 안된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가 전자ㆍ자동차ㆍ섬유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전통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바탕은 자유화에 따른 경쟁의 결과임을 의심할 바 없다. 개방을 두려워하면서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산업들과 비교해보면 경쟁을 경험한 산업의 비교우위는 더욱 확연해진다. 농업과 교육ㆍ의료ㆍ법률 등과 같은 산업지원 서비스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진입을 위해서는 제조업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돼야 한다. 그러나 연관산업의 발전 없이는 제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없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과 같이 산업을 지원하기는커녕 제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나눠 먹는 시스템으로는 결코 세계와 경쟁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세계화와 개방, 그리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취해야 할 길이다. 그동안 개방을 미뤄온 모든 분야에도 결국 경쟁이라는 시장원리가 도입되는 시점이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개문복래(開門福來), 즉 대문을 열어놓아야 복이 들어온다 했다. 지금이야말로 개방을 망설이고 있는 산업들이 현대적 의미의 개문복래를 추구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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