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겨울의 맹위가 조금씩 걷혀가던 지난 주말 미국 SUV(스포츠형다목적차량)의 자존심인 ‘뉴 그랜드체로키’(5.7리미티드ㆍ가솔린 모델)를 만났다. 세계 최초로 사륜구동 차량을 만들어낸 짚 브랜드의 대표 차종인 만큼 올 들어 거세진 수입 SUV 경쟁을 평가하는데 시금석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랜드체로키’란 이름 그대로 직선 위주의 굵직한 외관 디자인과 동급 경쟁차종이 비교를 엄두내기 힘들 정도로 커진 차체는 미국적 남성미를 물씬 풍겨냈다. 실제로 뉴 그랜드체로키는 직전 모델에 비해 길이가 139mm, 너비가 12mm나 늘어난데다가 휠베이스(앞ㆍ뒷 바퀴간 거리) 역시 90mm 길어져 탑승 공간이 더욱 넉넉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침 시승을 겸해 스노우보드를 타러 무주로 가는 길. 짐을 실으며 레저용 차량의 실용적인 실내공간이 무척 맘에 들었다. 차량 후면의 넓어진 적재공간에 스노우보드가 무려 3개나 실리고도 3명분의 각종 짐꾸러미들이 무리없이 실린다. 더구나 뒷좌석을 접으면 후면부의 적재공간은 두배로 늘어난다. 스노우보드 뿐 아니라 레저용 자전거, 골프장비 등을 싣는데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운전석 문을 열고 좌석에 몸을 실었다. 등받이와 엉덩이 부분을 허리선에 맞춰 디자인한 시트의 느낌이 중ㆍ대형 세단 못지 않게 편안하다. 우드그레인과 크롬으로 깔끔하게 장식된 실내 인테리어도 고급스럽다. 장거리 운전이 잦은 레저용 차량의 특성상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뉴 그랜드체로키의 안락한 실내 디자인에 맘속으로 합격점을 줬다. 시동키를 돌려본다. ‘스르렁~스으웅’하고 뱉어내는 엔진음은 숙련된 검사가 대나무를 베어내듯 부드럽다. 가솔린 엔진 탓도 있겠지만 부드럽게 조율된 서스펜션 덕분에 요철 등을 넘어설 때도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가속패달을 밟아봤다. 묵직한 차체를 쏜살같이 튕켜내면서도 V형 8기통 엔진은 거친 숨한번 토해내질 않는 것이 역시 SUV의 ‘순혈마’다. 더구나 엔진 타입은 짚 계열이 속한 크라이슬러 차종이 공유하는 헤미 엔진이다. 일반 엔진에 비해 흡ㆍ배기 벨브로의 공기 유입성능이 좋아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더구나 일정 속도로 높아질수록 8개중 4개의 밸브만 작동시키는 헤미엔진의 특성상 장거리 고속운전일수록 연비가 적게 드는 게 뉴 그랜드체로키의 강점이다. 세련되면서도 웅장한 차체 디자인 때문인지 서울~무주간 왕복 9시간여에 이르는 운전 내내 시샘에 겨운 다른 운전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자배우 아담 샌들러가 ‘스팽글리쉬’라는 미국 영화에서 뉴 그랜드체로키를 몰며 부유한 중산층 남성역을 연기할 때 기자 역시 부러운 눈길을 던졌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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