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쿠페를 '정통 스포츠카', '프리미엄 쿠페'로 표현한다. 많이 팔리는 차는 아니지만 확실한 매니아 층이 있는 차다. 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냥 줄여서 '제쿱'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보낸다. 현대차 브로셔 중 제네시스 쿠페를 소개하는 페이지에는 아주 멋있는 표현이 써 있다. '마음껏 달려본 기억이 언제인가.'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더 뉴 제네시스 쿠페'는 지난 2008년에 나온 제네시스 쿠페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현대ㆍ기아차에서 유일한 스포츠카인 만큼 자존심을 걸고 개조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외관이다. 네티즌들이 '곤충룩'으로 별명을 붙인 현대차의 패밀리룩이 더욱 강하게 적용됐다. 전면부에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고 후드(보닛), 측면, 후면 모두 볼륨감을 확대했다. 시승차는 3.8리터 GDi엔진이 달린 380GT 모델이다. 차의 외관을 살펴보다 보니 휠 뒤로 빨간 색 브렘보(brembo) 브레이크 캘리퍼가 눈에 들어온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브레이크로 불린다. 잘 달리는 차는 잘 서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을 열면 강렬한 빨간색 가죽으로 장식한 시트가 운전자를 반긴다. 시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느질 등 디테일도 상당이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릉' 소리가 우렁차면서도 경쾌하다. 공회전 시 정숙성을 특히 중시하는 현대ㆍ기아차의 대량 판매용 차에서는 들을 수 없는 시동음이다. 다만 프리미엄 스포츠카와 달리 소리가 전해지면서 분산되는 느낌은 아쉽다. 속도를 부드럽게 높여봤다. 100㎞/h에서 엔진 회전수가 1,900rpm 정도 나온다. 제네시스 쿠페에 적용된 후륜구동용 8단 자동변속기는 1,500rpm 정도에서 기어를 바꾸며 경쾌하게 차를 가속시켜 나갔다. 차체에 비해 배기량이 큰 차인 만큼 저속에서 특히 여유동력이 느껴진다. 차의 서스펜션은 무척 딱딱하고 스티어링 휠은 대단히 빡빡하다. 이런 류의 차를 안 몰아본 사람이라면 혹시 고장난 차가 아닐까하고 착각할 정도다. 대신 한치의 흔들림 없는 코너링,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역시 스포츠카답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차가 단단하고 빡빡한 만큼 막히는 길이나 골목길에서는 운전 피로도가 몹시 높다. 속도를 높여 운전했을 때의 느낌은 한 마디로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선다. 특히 브레이크가 아주 날카롭게 드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예민한 건 아니다. 시속 50㎞ 정도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의 안정감이 특히 일품이다. 아쉬움은 인테리어다. 내장재, 특히 플라스틱 소재의 내장재를 좀 더 고급스러운 것들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단가로 승부하는 차가 아니지 않은가. 제네시스 쿠페는 2,000cc급 200터보와 3,800cc급 380GT 두가지가 나왔다. 가격은 각각 2,620만~3,205만원과 3,395~3,968만원이며 전 트림에서 수동변속기 모델을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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