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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협력업체의 새해 소망

임웅재 <정보산업부 차장>

“수년간 적잖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수입에 의존해온 소재를 국산화했지만 이익은 대기업에서 훨씬 더 많이 챙깁니다. 더구나 납품가격은 매년 깎이기만 하니 이래서야 기를 쓰고 연구개발에 뛰어들 마음과 여력이 생기겠습니까?” (한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 사장) 대기업 협력업체나 벤처기업 경영자들이 흔히 하는 하소연이다. 다음은 실제와 유사한 사례 한 토막. 대기업 S사는 일본 등에서 연간 200억원(200만톤) 규모로 수입해온 G소재를 중소기업 D사가 처음으로 국산화하자 납품처를 D사로 바꾸고 납품가격을 기존 수입가격의 70%로 책정했다. S사는 이를 통해 연간 60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이듬해부터는 매년 납품가격을 5~10% 가량씩 깎아 추가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D사는 G소재 국산화 및 S사와의 거래를 통해 첫 해 140억원의 매출과 42억원(30%)의 순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매년 납품가격이 떨어져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설비ㆍ거래처를 확충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한 추가 연구개발에도 적잖은 자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숨이 찬다. 최근 원자재가격이 크게 오르자 S사가 원가인상분 중 일부를 납품가격에 반영해줬지만 연례적인 ‘납품가격 인하 행사’를 거치면 말짱 도루묵이 돼버린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비슷한 품질이라면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로 납품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부품소재ㆍ장비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일본의 대기업과 협력업체간의 관계는 여전히 끈끈하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237억 달러로 지난 2003년 190억 달러보다 25%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 같은 일본업계의 상부상조 관행이 발판이 됐다. 국내는 어떤가. 중소 협력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로 신음하는데 대기업들은 사상최대의 이익을 냈다며 성과급ㆍ배당으로 돈 잔치를 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에 자본축적을 통한 레벨 업 기회를 줘야 산업의 풀뿌리가 튼튼해진다. 정책 당국자들도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보다 경제 양극화의 뿌리가 되는 대기업-협력업체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기업간의 거래에 정부가 일일이 나서면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며 자율적인 해결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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