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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막내린 관치물가 프로젝트


"기름값보다 10배 더 깎아줬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요금 인하방안이 발표된 2일 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기름값은 리터당 100원을 깎아줬는데 통신요금은 월 1,000원 기본료를 할인해준 것을 비꼬는 말이다. 문자 50건을 무료로 주고 스마트폰 선택요금제를 출시한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얼마나 요금인하를 체감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뒤 시작된 관치물가 프로젝트는 반 년 만에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석유TF과 통신TF 모두 억지로 값을 깎아준 것 말고는 독과점 타파, 원가구조 개편 등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애초 시작부터 잘못됐다. 석유와 통신 모두 업종 특성상 독과점일 수밖에 없는 분야고 이미 가격결정에 있어 정부가 통제할 만큼 통제하는 시장이다. 정부가 힘을 쓰면 몇 달 만에 뚝딱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안이했다. 과거 개발연대 시대 '물가는 몽둥이로 때려잡는다'는 식의 발상이 21세기에 먹힐 리 없다. 리터당 100원, 기본료 월 1,000원을 깎아주기로 한 물가대책의 결과는 어쩌면 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리저리 들여다 봐도 답이 없으니 업계가 적당히 희생해 값을 내리라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정부 곳간을 허는 무상복지에는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면서 기업 곳간은 쌈짓돈처럼 취급하는 것을 보면 과연 이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인지 심각하게 되묻게 된다. 우리 정부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위기를 낭비하지 않았다'고 자평했지만 물가만을 놓고 보면 위기를 허투루 낭비했다. 배춧값이 급등하자 농민들에게 배추부터 심으라고 독촉한 결과 이제는 물량이 남아돌아 농민들은 "또 속았다"며 배추밭을 갈아엎고 있다. 기름값이 비싸다니 100원씩 깎아주고는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만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가 팔목 비틀기식, 천수답식 물가대책을 반복하는 동안 국민들은 고물가에 허리가 휜다. 이럴 거면 앞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허언 따위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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