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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결정 방해하는 사고의 맹점

■ 블라인드사이드/ 조너선 기퍼드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펴냄<br>합리성보다 충동적 사고에 지배<br>닷컴 거품·신용붕괴 등 위기 상황서 실수 반복 패턴 조목조목 증명


평소에 크게 관심 없는 고가의 브랜드 가방이라도'명품 반값 세일'이라는 타이틀과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그곳으로 눈길이 쏠리게 마련이다. 지출 품목에 없었던 항목이었지만, 대다수가 사겠다고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고 왠지 자신도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절로 움직일 때도 있다.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 때에는 크고 작은 사재기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기도 한다. 누구든 양초, 물, 라면 등이 앞으로 공급이 달릴 것이라 예상은 한다. 그러나 이내'그냥 일시적인 현상이고, 이 위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공급이 재개될 테니 기다려 보겠다'는 생각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 평정심도 주유소 혹은 급수차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본다거나 양초 상자를 한 아름씩 안고 상점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십중팔구 이 행렬에 동참하고픈 강한 충동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 자신도 사재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마치 자신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마다 이성적인 판단을 근거로 행동하는'합리적 행위자'인 것처럼 굳게 믿고 있지만, 사실 그 근원을 들여다보면 무의식이 차지하는 영역이 훨씬 크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도 인간은 이웃 사람들이 서로 차지하려 아귀다툼을 벌이는 자원이 있을 때, 그 한 귀퉁이라도 떼어 가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마침내 그 러시(rush·쇄도)에 동조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이 가해진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인간의 이 같은 비이성적 과열, 붐(boom)과 러시(rush)에 냉정하지 못한 충동적인 사고는 우리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는 이미 일련의 경제 사건에서 오롯이 증명되는 부분이다. 2001년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회사'엔론'의 사태만 봐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엔론의 수익이 더 이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 않았던 시점에서 마저 엔론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저토록 많은 이들이 엔론에 투자하는 데 잘못된 일이 과연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결국 엔론이 내리막길을 걷는 시점에도 수많은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막대한 자산 손실을 입게 됐다.

닷컴 붐(혹은 러시)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인터넷의 엄청난 잠재력이 일찍이 폭발했고, 많은 기업이 큰 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마치 인터넷 기업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헛된 믿음이 생겨나기에 이른다. 그러나 늘 변수는 있기에 마련이다. 인터넷 서비스들이 과도기적인 인터넷 기술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융합하려다 보니 너무 시대를 앞서가게 됐고,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희망과 과대 포장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성적 사고보다 사회적 흐름에 이끌려 충동적 판단을 내리고 만 것이다.



이렇듯, 인간에게는 올바른 결정을 방해하는 사고의 맹점(블라인드사이드)이 존재한다.'충동적인 사고'뿐 아니라, 욕망과 감정에 휘둘리는'쾌락적 사고'반복되는 패턴조차 읽어내지 못하는'비전략적인 사고' 개별적인 행동이 초래할 집단적 효과를 파악하지 못하는'근시안적 사고' 개별 행동을 사회적으로 연결 시키지 못하는'비사회적 사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비즈니스·경영 전문가인 저자는 이 같은 인간 사고의 허점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증명하며, 닷컴 거품·신용 붕괴 등 각종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 속에 우리가 내렸던 결정들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나간다.

왜 뻔한 광고에 속아 쓸데없는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지, 잘 나가던 주식도 왜 내가 사면곤두박질 치는지, 수많은 위기의 조짐들을 왜 우리는 먼저 알고 예견할 수 없는지 등 잘못된 결정에 이르게 하는'생각의 함정'을 파헤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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