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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김 안나는 숭늉이 뜨겁다

고진갑 <베이징 특파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옛말이 있다. 줄 상대자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지레짐작해 미리 바라거나 일이 벌써 다 된 것처럼 믿고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을 비웃는 말이다. 최근 김칫국부터 마시다가 결국 우스운 꼴을 당한 무리가 있다. 일부 서방연구기관들과 국제투기꾼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요즘 힘이 쭉 빠져 있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기간(5월1~8일)과 중국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가 12종으로 확대된 지난 18일에 위앤화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섣불리 행동하다가 얼굴을 못 들 정도로 창피를 당했다. 위앤화 절상에 따른 수익을 노려 막대한 핫머니를 중국에 쏟아부은 일부 투기꾼들은 투자자금이 묶여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한 이유는 뭘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겁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쉽게 떠벌리는 사람(서방국가)보다 침묵을 지키는 사람(중국)이 더 무섭다는 진리를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 베이징에서 바라 본 중국 정책당국의 모습은 무서울 정도로 차갑다. “환율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애매한 수사(修辭)만 던질 뿐 위앤화 절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좋은 핑계거리도 생겼다. 위앤화 절상에 도박을 걸고 있는 국제투기자금이 중국에 많이 유입됐다는 것을 빌미로 한발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 개혁에 관한 키를 쥐고 있는 진런칭(金仁慶) 중국재정부장은 “위앤화 절상을 노린 투기세력 때문에 환율개혁 진척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환율개혁은 반드시 추진할 것이지만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두 사람의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그 내용은 같다. 환율개혁은 하겠지만 늦고 빠른 정도의 차이만 있다는 것이다. 기존 입장과 다른 게 없다. 이는 중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 때까지 환율개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위앤화 절상 시기를 둘러싼 단편적인 주장과 관측에 휩쓸리는 것은 ‘알도 까기 전에 병아리를 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국 정책당국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가를 예의 주시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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