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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가수 고 이진원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루저에 바치는 위로가

■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

창단 20년 '차이무' 첫 뮤지컬

감각적인 무대 연출도 볼거리


요정은 노래했다. 때론 건방진 세상을 향해 덤비라고(나의 노래) 소리쳤고, 때론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변두리 인생(스끼다시 내 인생)을 자조했다. 창작의 대가로 사이버 머니를 받고(도토리), 치킨 배달을 하다 전 여자친구를 마주쳤던(치킨런) 그의 웃픈 경험은 찌질하고 안쓰러운, 그래서 평범한 이 시대 루저들에게 위로였다.

마치 어둠 속의 달빛처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선사했던 인디 가수 이진원의 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2010년 뇌출혈로 어둠 속에 잠든 요정이 다시 찾아왔다. 그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사진)'를 통해서다.

이야기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 캐준(박해준)의 인사로 시작된다. 슬픔이 많았던 한 해, 수고가 많았다며 운을 뗀 캐준은 '새해의 희망'을 기원하며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과 그의 곡을 하나씩 소개한다. 같은 시각 캐준의 라디오를 듣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옥상 위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려는 소녀 아리영(김소정), 또 한 사람은 아리영과 통화를 하게 된 생명의 전화 상담원 은주(김소진)다. 아리영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순간, 그녀 앞에 달빛요정(박훈)이 나타나고 뒤이어 은주가 옥상에 도착한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극단 '차이무'의 첫 뮤지컬인 이 작품은 사실 형식만 놓고 보면 '연극을 걸친' 혹은 '연극을 채 벗지 못한' 뮤지컬에 가깝다. '뮤지컬의 ABC도 모른 채 만든 국적 불명의 작품'이라는 민복기 연출의 말처럼 애초 '달빛요정과 소녀'는 일반적인 뮤지컬 공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은 노래보단 대사를 많이 하고, 이런 구조상 이야기는 노래가 아닌 대사로 전개된다. 뮤지컬이라기보단 '노래가 많이 나오는 연극'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인디 음악가 이진원이라는 존재를 영리하게 드러내며 흠이 될 수도 있는 '애매한 정체성'을 하나 둘 메워간다.

대부분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가수보다 가사에 집중하며 스토리와 연결 짓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DJ의 멘트를 통해 가수와 그의 인생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두에 설명했듯 이진원의 인생과 노래를 관통하는 주제가 '절망 속의 위로'이기 때문에 그의 노래는 스토리에 힘을 싣는 악센트요 방점의 역할을 한다. 배우 박훈의 허스키하면서도 조금은 반항적인 음색은 이진원의 음악과 멋진 합을 이뤄내고, 김소정 역시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를 선보인다.

소박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대 연출도 볼거리다. 건물 외벽을 형상화한 무대 바닥은 객석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데, 마치 아래에서 건물을 올려다보거나 반대로 옥상에서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공연이 끝나고 달빛요정은 객석을 향해 말한다. "요정들도 수고했어." 100분의 공연이 안겨주는 위로는 꽤 따뜻하다. 2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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