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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後代에 짐을 지워선 안된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집권 초기를 연상하게 한다. 마치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청사진을 제시하는 듯하다. 정부는 지난 보름 동안 굵직한 정책만 3건이나 발표했다. 대부분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돈도 엄청나게 드는 장기ㆍ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1월31일에는 경제부총리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2017년까지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50만가구를 비롯해 총 260만가구의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엿새 후인 2월6일에는 국무총리가 ‘비전2030 인적자원활용 2+5전략’을 제시했다. 2년 먼저 학교를 마치고 5년간 더 일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4년까지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6개월 단축하기로 했다. 그 다음날에는 대통령이 경북 안동에 내려가 2단계 지방균형발전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업 등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깎아주고 감면기간을 연장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임기말 쏟아지는 장기ㆍ대형 국책사업 국리민복을 위해 무엇하나 버릴 게 없는 중요한 시책이다. 집 때문에 당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값싼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싼값에 공급하는 문제는 시급하고도 절박한 과제다. 일찍 일하고 늦게 은퇴해 자기의 꿈을 키워나가는 것만큼 좋은 복지정책도 없다. 더구나 사오정ㆍ오륙도ㆍ명퇴ㆍ황퇴 등이다 해서 실직불안에 떨고 있는 월급쟁이들에게 정년연장은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지방이 살기 좋다면 굳이 물가ㆍ집값 비싸고 공기 탁한 서울에 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런 대책들이 실현되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참여정부가 이 많은 구슬을 꿰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쉽다. 구슬을 준비하는 데 드는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그 많은 구슬을 사고 꿰려면 지금 정부 곳간에 있는 돈으로는 모자라다.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는 사업만으로도 벅차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해 7월부터 2010년까지 들어가는 돈만 43조9,000억원이다. '2+5전략’을 위해 도입하기로 한 유급병제도도 결국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문제다.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데도 91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펀드를 만들어 조성한다는 방침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전략도 결국은 돈이 없으면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한다. 예산이 부족하면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면 되고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니 연간 분담하는 돈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형 국책사업은 계획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갔던 게 경험칙이다. 갈수록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터에 이 많은 대형국책사업이 추진되면 얼마나 더 많은 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정부살림이 넉넉하면 다행이지만 국가부채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2년 134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280조원을 넘었다. 4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 올해 말에는 3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가부채의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재정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세대가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 없이 대형 사업을 벌이면 우리 후손들이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리한 사업추진은 결국 미래세대의 짐 참여정부가 일할 시간은 이제 겨우 1년 남짓이다.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는 12월19일까지를 실질적인 집권기간이라고 한다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국가백년대계의 초석을 쌓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무릇 일이란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 상황은 참여정부가 일에 지나친 의욕을 부릴 때가 아니다. 재정악화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연금개혁만이라도 시원히 해결했으면 좋겠다. 무리하게 일을 벌여 재정부실을 키워서는 곤란하다. 후대로부터 무책임한 세대였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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