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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에 고위급회담 제안] "국제사회 압박 벗어나려는 꼼수"… 미국 거부 가능성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 불구 비핵화 강조… 진정성에 의문<br>버팀목이었던 중국마저 외면 "탈출구 마련 위해 제안" 무게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중대담화를 통해 북미 당국간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한 것은 미국ㆍ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북한에 비핵화 압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유화 제스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거 북미 간 양자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북한의 협상력만 높여줬던 사례가 많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북한 문제는 양자회담이 아니라 6자 회담 등 다자협상을 통해 풀겠다는 입장이어서 북미 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양자회담 제안은 꼼수에 불과=북한의 이번 제안은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벗어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이날 발표에서 비핵화에 대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비핵화는 남조선을 포함한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며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종식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운 가장 철저한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대화의 진정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한중 군사외교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한 소식통은 이날 "지난달 방중한 최 총정치국장이 시 주석에게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 측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핵화에 기초한 신뢰 프로세스 제안에 대해 핵 보유와 경제발전을 함께 달성하겠다는 '병진 정책'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헌법에 핵 보유국임을 명기했으며 올해는 병진 노선을 채택하는 등 핵 보유 의지를 국제사회에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북한의 이번 양자회담 제안은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이 일시적인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고해진 한미중 협력…北, 입지 위축=북한이 지난주 남북당국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데 이어 이날 북미 양자회담을 제안한 데는 미국 등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중국마저 북한에 대해 '시각 교정'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됐든 미국이 됐든 우선 대화하는 모양새를 보여줌으로써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계산이 짙게 깔려 있다. 결국 한국과 미국ㆍ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일치된 입장과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이전과 달리 일관된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위기탈출'을 위해 성사 가능성이 낮은 북미 양자회담을 제안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신뢰 프로세스 가동에 뜻을 같이했다. 시 주석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강하게 요청하는 등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달 27~28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와 신뢰 프로세스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처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위기탈출용으로 북미회담을 제안한 만큼 미국 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2월 북미 간 제3차 고위급 회담의 합의사항인 '2·29합의'가 같은 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이행이 무산된 후 미국 정부의 대북 불신이 여전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직접 목격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15일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인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원한다"면서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진지하고 의미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가 미국의 거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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