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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할인점 가격혁명의 부작용
입력2008-03-03 17:46:55
수정
2008.03.03 17:46:55
“싸면 이유가 다 있지 않겠어요. 물건 못 쓰겠어요.”
인터넷 짠돌이 카페에 올라온 ‘할인점 자체브랜드(PB)상품 사용후기’다. 가격과 품질 모두를 한꺼번에 잡겠다고 선언하면서 내놓은 할인점의 PB상품들이 품질 평가에서 제조업체 브랜드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평가다.
3년 전 한 할인점은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하인즈와 손잡고 해바라기씨유와 고급 참치살만을 이용해 만든 PB 참치캔을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은 물론 품질에서도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찌개를 끓여먹는 우리 식습관에 어울리지 않아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PB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곡물가격이 치솟으며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PB상품은 오히려 가격을 내릴 정도로 업체마다 열정을 쏟고 있다. 겉으로는 하나 같이 ‘물가 안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치솟는 원재료 가격상승을 활용해 PB상품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큰 이유고 제조업체에 밀리던 가격결정권을 확실하게 틀어쥐겠다는 논리도 숨어있다. 전자를 위해 어느 정도의 판매마진을 포기하더라도 고객을 확보한다는 구상이고 후자를 위한 전략으로는 제조업체에도 납품가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유통업체도 마진을 줄이는 만큼 제조업체도 어느 정도의 이익을 포기하라는 논리다.
그래서 가격이 싸면서 품질이 좋은 제품이 판매된다면 고물가시대에 소비자들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PB제조업체들이 이 같은 ‘이상(理想)’과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을지 의문이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PB상품에 대한 불만이 이를 방증한다.
PB상품 강화는 소비자 입장에서 비슷한 상품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와 반대로 업체의 대대적인 홍보와 달리 품질이 조악하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PB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품질에 가격도 싸다는 주장은 왠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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