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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47> 로봇 저널리즘, 기자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얼마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데이터 전문가가 TV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머지않아 저널리스트의 자리 상당수를 ‘로봇기자’가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우선 인터넷 기반 매체 유통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각 신문사들마다 ‘단독’ 또는 ‘특종’ 기사의 의미가 한결 약화되었습니다. 뉴스의 확산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기 때문이죠. 게다가 대부분의 사건, 상황 정보 등을 신문사들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저장해 둔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시, 과거의 비슷한 사건에 대한 정보와 해석을 동원해 자동화된 콘텐츠 완성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제 여러 이해관계자 간의 상호작용 구조까지 각종 데이터를 통해 ‘불러올 수’ 있다면, 뉴스화하기 어려운 정치 기사나 사회 관련 기사들도 로봇에 의해 생산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미 몇몇 글로벌 언론들은 도입을 시작했죠. 한국에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부의 이준환 교수 연구팀이 인간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능력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로봇기자’를 제작, 분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사람과 똑같은 휴머노이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료를 생산해서 유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린 것입니다.

그런데 기성 언론들이 이 ‘사태’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부족해서 선뜻 로봇 저널리즘에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면 그만큼 사람이 필요 없습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건비와 각종 관리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인간 노동(Human labor) 체제가 유지될 거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협의 수준이 로봇과 데이터에 의한 자동화를 허용하지 않는 탓입니다. 신문을 보는 사람들과 제작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중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인간의 감정과 인지를 데이터 해석을 기반으로 대체한다 해도 늘 ‘같은 사건’이 일어날 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독특한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창의’적인 눈은 로봇이나 데이터가 가질 수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여러 사람들의 의분(義憤), 슬픔, 기쁨과 같은 것들을 로봇 기자가 제대로 포착해 낼 수 있을까요? 최근 MIT 미디어 랩이 개발 및 유통을 발표한 ‘지보’라는 로봇과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발표한 ‘페퍼’라는 로봇을 보면 가능할 듯한 느낌도 듭니다. 사람의 음성과 자료들을 명확히 인지해서, 그에 맞는 ‘피드백’을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로봇이 제 아무리 학습을 하고 정보를 빨아들여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시각 제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수많은 예술가들 역시 효율성과 자동화의 논리로 대체되었을지 모릅니다.

정말 로봇이 우리 사회에서 큰 가치를 가지려면 데이터와 처리 구조를 바탕으로 자동화할 것만 고민할 게 아니라, 인간이 직접 통제할 만한 측면을 연구해야 합니다. 기계에 맡길 수 없는 부분에 대한 합의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봇이 기자를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일자리를 빼앗기는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물론 이미 완성된 ‘자료’를 바탕으로 단어만 바꾸는 받아쓰기식 기사 생산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요즘 ‘기계와의 경쟁’이 각계에서 화두입니다. 무작정 기술의 변화를 미래로 받아들이기 전에, 기술로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지 성찰하는 시간부터 가져야겠습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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