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 통큰 지원 '글로벌 건설' 날개<br>2020년까지 10조 투자<br>"수주 120조·매출 55조"
|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시공 중인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Gas-to-Liquid) 공사 현장. 그동안 일본과 유럽 등 일부 선진 업체들만 독점해오던 고부가가치 GTL부문에 현대건설이 지난 2006년 국내 건설업체 최초로 진출해 올해 9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건설 |
|
| 송홍익 대우證 연구원 |
|
지난달 중순 현대건설 임원진 40여명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찾았다. 현대ㆍ기아차에 들어가는 고급 강종 개발 현황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받은 현대건설 임원들은 이들 제품을 현대건설의 공사 현장에도 적용할 방안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대건설이 지난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 이후 11년 만에 다시 현대차 그룹의 일원이 된 점이 실감나는 장면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그룹 차원의 현대건설 육성책이 가장 강력한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월초 현대차그룹으로 정식 편입되며 글로벌 기업으로 순항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건설 부문을 자동차와 철강과 더불어 그룹의 3대 핵심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글로벌 초일류 건설사로 키우는 한편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그룹이 가진 세계 190 여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철강ㆍ철도ㆍ금융 등 그룹 내 비즈니스가 현대건설의 추가 성장 동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사측은 "현대차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과의 해외 동반 진출 기회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현대제철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수한 철강재를 확보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글로벌 톱 건설사로의 면모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18조원이 넘는 수주에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적은 지난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로 해외에 첫 진출한 이후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해 온 해외 사업 부문에서의 눈부신 성장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해외 수주 1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던 현대건설은 올해에도 신시장 개척을 통한 해외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존의 중동 중심에서 동ㆍ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등지로 시장을 확대해 수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시장 확대를 통해 현대건설은 지난해 50%에 머물렀던 해외 부문 매출을 올해 60%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공장들의 아시아권으로의 이전은 필수적으로 인프라 투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아시아권 건설시장의 확대와 이에 따른 인프라 투자는 현대건설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은 올 1ㆍ4분기 해외 공사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면서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고,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 8만6,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8만원 선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ㆍ4분기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것인데다 이미 시장이 예상을 했던 재료라는 점에서 지금은 현대차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한 장기 성장성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분석하고 있다.
송홍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마무리된 인사로 현대건설이 현대차 그룹의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변화를 완료했다"며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차 그룹에 의한 현대건설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계·구매 경쟁력 높여 마진율 개선"
애널리스트가 본 이회사
송홍익 대우證 연구원
현대차그룹은 4월 1일부터 현대건설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이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일류 엔지니어링 업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경영하면서 추구하는 전략은 관리조직의 효율성을 통해서 공사 마진율을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주 확대를 이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공사는 발주처에서 공사를 발주하면 건설사가 설계(Engineering)와 구매(Procurement)와 시공(Construction)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외 공사 마진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설계, 구매, 시공 3가지 분야를 모두 잘해야 한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은 시공에 중점을 두는 경영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에 시공에는 탁월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진 엔지니어링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설계와 구매에서는 상대적인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기획, 재무, 구매, 경영지원 등 핵심 관리 부서를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설계와 구매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현대건설은 시공부문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일류 엔지니어링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 현대차그룹에 편입되면서 이제는 현대차 그룹의 보증을 기반으로 해외 공사 수주시 금융기관에 납부했던 보증 수수료율이 0.1~0.2%포인트 개선될 전망이며, 신용등급도 기존 AA- 에서 AA0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