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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딜레마에 빠진 한국

콜금리 인상, 경기회복 둔화 부담동결, 시장금리 역전·자본유출 우려

한국 경제가 금리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간의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 우리나라에서도 콜금리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콜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대출금리 부담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 기업들의 투자 회피 등으로 경기 회복이늦춰질 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콜금리를 유지하면 정책금리를 뒷따를 시장금리 역전으로 자본유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정부와 통화 당국이 고민에 빠져있다. ◆시장금리 역전 시간 걸릴 듯 금융 전문가들은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되지만 한.미간 시장금리 격차가 크고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어 시장금리 역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일 현재 우리나라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43%로 미국의 4.21%에비해 0.22%포인트나 높고 10년 만기 국고채도 우리나라가 연 5.21%로 미국의 4.48%에 비해 훨씬 높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콜금리와 시장금리(장기금리)가 반드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금리는 수급이나 펀더멘털 논리가 중요하지 정책금리의움직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콜금리가 시장 금리를 따라가거나 콜금리를 내렸는데 시장금리가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는 하반기에 모두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며 "이 경우 현재 미국보다 더 높게 형성돼 있는 시장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한미간 3년만기 국고채와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하반기에 한국과 미국간 정책금리 역전폭이 0.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중심으로 시장금리도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콜금리 인상과 유지의 장단점 콜금리 인상에 따르는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콜금리를 인상하면 부동산 자금의 금융시장 이동으로 부동산 투기가 억제되고금융소득자의 자산 소득 증대에 따른 소비 확대, 금내외 금리 역전 및 자본유출 방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금리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콜금리를 인상해도 경기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콜금리가 올라가면 본격화되지 않은 경기회복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가계와 중소기업에 치명타를 준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지만 과도한 유동성으로 자산버블이 발생하고 미국과의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최소한 9월쯤에는 금리를 한차례 인상해야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콜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버블을 줄이고 물가상승 압력을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려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분야에 들어간 유동성들이 채권시장 등 쓸모있는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겠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늘려 경기 회복에 부담을 줄수 있다"고 했다. 김철주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금리를 올리면 경제 전반적으로 소비나 기업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게 일반론"이라며 "금리정책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만큼 금통위가 콜금리 인상과 유지의 장.단점을 따져 결정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국경간 자본이동은 금리 차이보다 환리스크와 환위험 헤지비용등을 감안한 종합적인 수익률과 국가 신인도 등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많기 때문에 한.미간 시장금리가 역전되도 자금유출이 곧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금통위에 시선 집중 한국은행은 콜금리 조정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경기회복을 감안, 콜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승 한은 총재는 한.미간 정책금리 같아진 지난달 금통위 직후 "정책금리 역전은 있을 수 있다"며 "문제는 시장의 장기금리가 역전돼 그 폭이 커지면 자본유출과자원배분에 왜곡이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로선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지난달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자문회의에서도 "금리를 올릴 경우경기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정책금리 역전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고 시장금리 역전에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콜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콜금리 인상이 시간 문제이지만 이달 금통위에서 인상 조정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을 앞두고 부동산 가격도 현재 주춤하고 있어 이달에 콜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경기회복세가 확인되면 금리인상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고 말했다. 신 위원은 "콜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한다면 한.미간 시장금리의 역전현상 시기는 당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재경.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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