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면서 향후 집값을 둘러싼 전망도 추가 하락 쪽으로 급격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매수세가 실종된 상황에서 수백만원의 보유세를 물면서 섣불리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도세 부담으로 집을 팔기도 여의치 않아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동면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대치동 E공인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출규제로 집을 사고 싶어도 사기 힘든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크게 늘었는데 누가 쉽게 집을 사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최소한 보유세 부과 기준시점인 오는 6월까지는 강남권 등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올랐던 인기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과천 D공인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매도시기를 놓고 저울질하던 일부 매도자들은 가능한 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가를 다소 낮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유세 부담 때문에 강남권 등에서 상반기 중 매물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올해부터 시행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앞두고 2주택 이상 보유자 중 집을 매도할 사람은 대부분 다 팔았기 때문에 보유세가 크게 올랐다고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PB팀장은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 증가는 이미 예고됐던 사안”이라며 “양도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규현 주택도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보유세가 크게 올랐지만 수천만원대를 웃도는 양도세 부담을 감안하면 매도세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집값 약세를 점치면서도 일부 비강남권의 중저가 주택이 받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종부세를 물지 않는 공시가격 4억~5억원대(시세 6억~7억원선) 아파트에 틈새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산 K공인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집값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강북지역 집값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오히려 외곽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쳤다.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6월로 예정된 분당급 신도시 발표와 대선정국이 집값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최근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권에서는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작은 외부요소에도 집값은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크게 늘어난 보유세 일부가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부메랑 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고 팀장은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 중 일부를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며 “고가 주택의 전세값도 다소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입주물량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수요가 비교적 가격이 높지 않은 강북지역으로 몰릴 경우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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