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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촘촘한 복지행정 구축돼야 누수 막는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사회정책학

그리스가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국가재정이 파산에 이르기 직전에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 전체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 경제위기가 복지 때문이라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나오지만 이것은 너무 단순한 분석이다. 그리스의 재정지출 비율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복지지출은 OECD 국가의 중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지하경제의 규모가 너무 크고, 국가행정은 비효율적으로 관리되어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개혁을 하기 보다는 외채를 끌어와 상황을 모면하고자 한 정치인의 무책임한 태도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근본적인 원인이다. 복지 분야에서는 엉뚱한 사람에게 복지혜택이 지급되는 사례가 만연했던 것이 사실이다. 복지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리스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효율적인 복지행정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감사원이 실시한 복지사업 재정실태 감사결과를 보면 여전히 우리나라 복지사업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하면서 수급자들이 갖고 있는 임차보증금과 같은 재산내역이 파악되지 않아 불필요한 사람에게 기초생활급여가 지급되는가 하면, 억대의 비상장주식을 소유한 사람이 기초연금을 수급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일은 복지사업을 집행하면서 복지부와 국세청이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조를 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하면서 비슷한 복지사업이 추진되고 이 과정에서 이중혜택을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2010년 개통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이러한 이중수혜자를 걸러내야 하는데 적시에 자료가 반영되지 않아 여기서도 누수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누수현상이 발생하는 반면, 작년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가난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처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해 고통받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또한 복지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누수를 막으면서도 사각지대도 없애려면 촘촘한 복지행정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복지의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행정관리 체제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복지행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제도를 남용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이 혜택을 보면 그만이라는 시민의식으로는 어떠한 복지제도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보편적 복지의 선결요건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장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복지정책을 내놓는 정치인들의 태도변화이다. 몇 년 전 교육감선거에서 뜨거운 논쟁이 된 이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무상급식이 지금처럼 실시되어야 하는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무조건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기 보다는 필요한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면서도 그 아이들이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같은 반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하위 소득 70%이하 고령자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기초생활수당 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수급하면 그 금액만큼 기초생활수당이 감액되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온전히 받게 되는 희한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모든 노인들에게 무조건 기초연금을 제공하기 보다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빈곤층에게 기초생활지원을 확충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빈곤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좀 더 따듯하게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복지제도가 만들어 지게 된 데에는 정치인들이 국가보다는 자기의 정치적 이해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필요와 국가의 장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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