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 사회가 되면서 엄마에게서 멀어졌거나, 엄마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잃어버렸다면 다시 찾을 수 있다는 말이겠죠.” 소설가 신경숙 씨가 ‘엄마’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을 들고 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겨울부터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한 글을 모으고 에필로그를 추가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어머니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머니’라고 하니 태산에 막힌듯했는데 ‘엄마’라고 부르자 글이 술술 풀리더라”며 “엄마는 어머니보다 훨씬 더 가까운 그리고 편안하고 현실적인 인물이었나 봐요”라며 웃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의 존재는 언제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소설은 치매증상이 있는 엄마를 지하철 역에서 잃어버린 지 일주일이 지난 어느 가족이 엄마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불평하지않고 묵묵히 고된 일을 하면서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가정을 지켰던 엄마의 모습. 그러나 가족 구성원에게 엄마는 제 각기 다른 인물이었다. 작가는 딸, 큰 아들, 아버지이자 남편,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딸 등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그려낸다. 작가는 가족의 울타리 내에만 있었던 엄마가 아닌 소녀시절을 보낸 한 여자로서 엄마의 존재를 생각하게 한다. “소설 속 엄마처럼 우리의 엄마들은 ‘나’라고 이야기하면서 살았던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엄마도 한때는 꿈 많은 소녀시절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의 눈에 의해 모자이크처럼 완성되는 엄마의 모습은 일면 강인하고 씩씩해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가슴에 응어리가 맺히는 듯 하다. 내 엄마의 얼굴이 떠올라서다. 독자들을 슬프게 하려고 쓴 소설이 아니라고 작가가 당부를 하는데도 말이다. “어려운 현실을 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강해지기 마련이죠. 그러나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요. 그게 바로 우리 엄마의 모습 아닐까요. 엄마가 있는 사람이든, 떠내보낸 사람이든, 엄마인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는 소설이었으면 좋겠어요.”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