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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안정 대책] 생산량 1%로 정유 4사 과점구도 깬다지만… 실효성 '글쎄'

■ 삼성토탈, 휘발유 공급 제5사업자 선정<br>리터당 30~40원 추가인하 기대 불구 알뜰주유소 110곳 그쳐 영향 제한적<br>삼성선 정유업 확대 의지 전혀 없어 관세감면 혜택 공정성 위배 논란 소지도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삼성토탈의 기름 공급을 포함한 석유제품시장 경쟁 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삼성토탈이 국내 휘발유 공급시장에 '제5의 사업자'로 참여하기로 한 19일, 정부는 기존 4대 정유사들이 유지해오던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유가도 차츰 낮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시장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삼성토탈의 휘발유 생산량이 전체시장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할 뿐 아니라 삼성의 정유업 확대 의지가 전혀 없어 유가 인하 효과도, 시장판도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삼성토탈이 다른 정유사에 비해 관세 3% 감면 혜택을 받아 공정성 시비가 생길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조치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라는 핵심적 조치를 낼 처지가 못 되는 정부가 거대기업인 삼성을 끌어들여 정부의 기름값 인하 노력을 포장하는 홍보성 정책을 구사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시장 판도 변화 생기나=이날 정부가 발표한 '석유제품 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오는 6월부터 국내 다섯번째 휘발유 공급업체로 참여하게 된다. 국내 정유시장이 SK에너지ㆍGS칼텍스ㆍS-OILㆍ현대오일뱅크 등 4개사 구도에서 5개사 구도로 늘어나게 된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15년 만이다. 현재 SK에너지 소속인 SK인천정유의 전신인 한화에너지가 당시 현대정유로 인수되기 전까지 국내 정유시장은 5개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부가 삼성토탈을 알뜰주유소 공급업체로 새로 포함시킨 것은 그동안 과점체제로 유지돼오던 국내 휘발유 유통구조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기존 4대 정유사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휘발유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토탈에 협조를 요청했고 삼성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삼성토탈은 6월부터 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석유공사와 공급물량과 가격 등을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국내 휘발유 시장에 새 플레이어로 뛰어들더라도 시장판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석유화학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휘발유가 얻어지는 업종의 특성상 삼성토탈의 생산량이 기존 정유사들에 비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유 4사의 일일 휘발유 생산량이 모두 37만배럴인 반면 삼성토탈은 3,000배럴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정유업계 생산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실제 기름값 인하 효과는 미지수=이 때문에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이 당장 기름값 인하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현재 국내 전체 주유소 숫자는 1만3,000개를 넘은 데 반해 알뜰주유소는 아직 110개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삼성토탈이 주유소 시장에 직접 뛰어들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정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삼성토탈의 한 관계자는 "화학사업이 주력인데다 현재 4사의 경쟁체제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마당에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면서 주유소 사업 진출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부는 삼성토탈의 신규 진입과 함께 석유공사의 월말 현물구매 물량 확대, 석유공사와 정유사간 공급가격 사후 보정 추진, 해외 석유제품 직수입 등이 이뤄지면 알뜰주유소 공급가격이 현재보다 리터당 30~40원 정도 추가 인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인근 주유소보다 리터당 40원가량 싼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도 최대 80원까지 저렴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유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오늘 정부가 발표한 기름값 대책의 초점은 '공급 부문의 효율화'로 사실상 공급 측면에서는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이제 다 나왔다"며 "결국 남은 것은 소비 부문인데 유류세 인하나 유가보조금 지급 등 일반 시민들이 직접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세금인하 대책은 모두 빠졌다"고 지적했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도 "정부는 고유가의 원인을 정유사들의 과점체제로 돌리는데 국내 정유시장이 그렇게 이윤이 많이 남는 구조라면 석유시장이 개방된 마당에 외국 기업들이 왜 앞다퉈 뛰어들지 않았겠느냐"며 "알뜰주유소 운영업주나 전자상거래용 수입사 등 특정 집단에게 세제 혜택을 몰아주기보다는 유류세를 내리는 게 기름값 안정화의 가장 빠른 해법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성 위배 논란 시비도=한편 그동안 휘발유를 전량 해외로 수출해오던 삼성토탈이 국내 유통시장에 뛰어들 경우 공정성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삼성토탈이 기존 정유사들과 달리 원유수입에 따른 관세 3%를 내지 않는 등 특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토탈은 지난 2010년 9월 정제사업자로 등록하고 석유화학제품의 부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휘발유나 항공유 등을 일본과 싱가포르 등 해외로 전량 수출해오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원유를 사다가 정제해서 파는 기존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 시 3%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지만 삼성토탈은 원유 대신 나프타(원유의 부산물)를 들여오면서 관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며 "그동안 삼성토탈은 휘발유를 100% 전량 수출했기 때문에 관세를 물지 않는 게 받아들여졌지만 이제 국내 시장에 공급한다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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