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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혼 없는 경제관료


18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월,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국정성과’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5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 장황한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들며 “올 예산도 균형재정 기조범위 내에서 편성됐다”고 자평했다. 보고서 작성에 기획재정부와 청와대에 파견된 경제관료들이 관여했음은 물론이다. 박재완 전 재정부 장관도 ‘균형재정 등 재정건전성 유지’을 공적으로 들었다.

그런데 불과 2개월여만인 지난 29일, 재정부는 최소 12조원의 세수가 부족하다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나섰다.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고 산업ㆍ기업은행 민영화까지 불가능, 올 세수가 펑크났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거꾸로 말하면 이명박 정부가 자화자찬해온 균형재정 달성이 세수 부풀리기를 통한 눈속임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하물며“추경이 안되면 한국판 ‘재정절벽’사태가 날수 있다”며 국민을 상대로 ‘협박’까지 했다.

12조는 우리 나라 한해 국세수입의 6%, 국채발행액의 6분의1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다. 이 돈을 국채를 통해 조달하면 그만큼 나라 빚이 늘고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도대체 지난 2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갑자기 세금을 못 내겠다는 국민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우리 경제의 부진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며, 공공기관 주식을 팔지 못할 사정변경이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변한 것이라곤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바뀐 것뿐이다. 지난해 나라 살림을 짠 고위 공직자 대부분은 지금도 같은 곳에 있다. 일부는 차관과 외청장, 심지어 장관으로까지 승진했다. 그런데 이들 경제 관료들은 지금 한입으로 두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처 국장급인 2급 공무원까지는 신분보장을 한다. 대통령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정권을 누가 잡든 입바른 소리를 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정책이야 정권의 요구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정권 입맛에 맞추기 위해 나라살림의 기초인 세수를 뻥튀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같은 팩트를 통치권자의 입맛대로 바꿔 해석하는 공무원들을 보면서 국민은 무슨 생각할 할까. 공무원들에게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의 경제 관료들은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도 없는 사람들이다.

진심어린 사과는 커녕, 승진의 환호성을 지르는 공무원들. 청문회 제도는 바로 이들 때문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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