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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1,000원 제품' 성공하려면
입력2007-07-06 16:52:58
수정
2007.07.06 16:52:58
[토요산책] '1,000원 제품' 성공하려면
박정부
지난 97년 첫 1,000원제품 균일가 점포가 개점해 국내에 균일가시장이 태동한 지 10년이 흘렀다. 이는 백화점ㆍ할인점 등에 이어 새로운 유통 형태로 등장했다. 초창기에는 IMF 불황기에 편승해 우후죽순처럼 1,000원숍이 생겼다 사라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준비 없이 주변 상황만을 생각하고 시작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쇠퇴하고 말았다.
누군가 된다 싶으면 너나 없이 뛰어드는 냄비근성도 한몫했다. 현재 한국의 균일가시장은 대략 3,000억원 정도다. 일본의 4조5,000억원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제품 수는 2,000원 기준으로 한국은 연간 1억5,000만개, 일본은 연간 22억5,000만개가 판매되고 있다. 이는 한국은 연간 3개꼴이며 일본인은 15개꼴로 구매해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이 5배 정도 많이 이용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균일가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일찍이 일본이 균일가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의 검소한 생활양식에서 비롯됐다. 또 균일가시장도 불황기보다는 시장이 좋을 때 성장한다. 일본에서도 오히려 경기가 좋을 때 균일가시장이 확대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000원제품을 쉽게 생각하고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다. 1,000원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노력과 공정에 대해서는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균일가 매장에서는 제품이 모두 1,000원에서 3,000원 이내에 팔리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들이 1,000원에 팔리고 있다.
먼저 가격을 결정하고 이에 맞는 제품 개발과 품질 및 가치를 부여하기에 가능하다. 이는 곧 시장에서의 가격 거품도 동시에 제거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유통시장에서 물가를 내리는 효과도 가져온다. 필자는 한달에 한번 이상 일본 출장을 간다. 직원들과 함께 매월 400개 이상의 신규 아이템을 풀어 품평회를 연다. 바로 그 자리에서 선택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일본 균일가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다이소의 총 8만가지 제품 중에서 6만여가지가 한국에서 공급한 제품들이다.
한국인의 손기술과 디자인이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20여년간 실수를 거듭한 끝에 일본인의 취향과 소비자 트렌드를 읽고 대응했기에 가능했다. 20여년간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경험과 노하우로 한국에서 균일가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소비자 만족은 자연히 뒤따랐다.
1,000원숍은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사업이다. 이는 0~3%의 수익성을 보고 하는 산업이다. 박리다매와 1,000원의 가치가 동시에 부합되기에 가능하다. 제품을 팔면서 때론 역마진도 감수해야 한다. 제품은 좋은데 원가가 비싸 도저히 3,000원대에 못 맞추더라도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의 생활에 필요한 제품이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개발해내야 하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또 가격이 미리 결정된 산업이다 보니 제품 개발, 디자인, 물류, 고객만족 등 모든 과정을 주도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영리만을 생각하고 뛰어들면 이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1,000원제품도 브랜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000원제품의 브랜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시스템을 동반한 제품 개발과 유통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 관리를 위해 항상 철저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1,000원제품도 철저하게 브랜드를 파는 시대로 만들어가야 한다.
브랜드로 1,000원제품의 품질과 가치를 평가받아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한낱 옛말에 불과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1,000원으로 생활 속의 모든 가능한 제품을 소비자에 공급할 때 비로소 1,000원의 가치가 있는 브랜드가 구축되고 균일가시장도 견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7/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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