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와 반미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차베스가 이번에 다시 한번 국민들의 신임을 얻으면서 '차베스식 사회주의정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운동 기간에 차베스는 "이번에 당선되면 더욱 가열찬 사회주의적 개혁조치를 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세계 매장량 1위를 자랑하는 석유와 오일머니를 이용해 대외적으로 반미 진영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각종 보조금 확대 등 빈민층 지원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는 지난 1999~2011년에 벌어들인 1조달러의 오일머니로 무상의료 및 무상교육, 저가주택 공급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국민의 40%를 차지하는 극빈층으로부터 '위대한 지도자'라는 영웅 칭호를 들어왔다.
또 쿠바ㆍ볼리비아ㆍ에콰도르 등 중남미 좌파 국가들에 국제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석유를 공급하면서 지역 영향력을 키워왔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의 이번 4선 성공을 계기로 향후 선거를 앞둔 남미 좌파 지도자들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2년 내 연임을 노리고 있다.
이와 함께 차베스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동맹(ALBA)'을 통한 남미공동체가 보다 공고해지는 한편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미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온갖 비난을 퍼부어왔으며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ㆍ쿠바ㆍ시리아와 적극 협력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그의 투표조작 혐의를 제기했다. 미 행정부는 차베스 대통령의 연임 성공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한편 남미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 등 심각한 치안문제와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물가상승률, 부실한 전력공급, 언론탄압 등은 차베스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힌다. 외국 기업을 임의로 국유화하는 것이나 기업규제ㆍ외환통제 등의 정책도 '독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빈민들에게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차베스에게 등을 돌린 중산층 이상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
한동안 암투병 병력도 차베스가 시작할 새 임기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쿠바 방문 당시 종양수술을 한 데 이어 모종의 암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계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그의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석달간 캠페인에서는 건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의학계에서는 그의 암 회복 선언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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