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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우리 시대의 영웅


선진국 진입의 핵심 지표로 기부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기부를 보면서 선진국 미국의 힘을 절감한다. 지난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부 액수는 개인 6조원, 기업 3조2,700억원이다. 기업 기부를 빼면 경제 규모에 비해 많지 않다. 진수희 의원과 함께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기부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 강화가 골자였다. 문제의식은 단순했다. '우리나라 국민성이 떨어져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단 말인가' 목동 신시가지 재개발사업이 시작된 후 이주민들이 정착한 양천구 신정3동에는 신정3동 장학회가 있다. 여정숙씨는 장학회 총무다. 여씨를 포함해 슈퍼 주인, 도배사, 생선좌판 상인, 1톤 봉고 과일행상 등 60여분이 장학회 회원이다. 이들은 22년째 매달 1~2만원씩 적립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 30여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차홍자씨. 신월3동에 사는 연세 90세인 독거노인이다. 평생 김밥 장사하다 지금은 폐지를 수집한다. 이제껏 기부한 돈만 1억원이 넘는다. 당신은 김치만으로 식사하면서 폐지로 모은 돈에 노령연금, 기초생활 수급비를 모두 기부해왔다. 얼마 전 신문지에 꼬깃꼬깃 싼 500만원을 가지고 오셔서 "좋은 데 기부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새마을부녀회를 혹자들은 관변단체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동네 골목에 들어가 보라. 쌈짓돈을 아껴 독거노인들에게 음식 봉사를 한다. 제 집 앞 눈 치우는 것에 인색한 인심이건만 동네 궂은 일을 하는 현장에는 바로 그 분들이 있다. 한 청소부가 있었다. 이 사람은 언제나 웃으면서 일한다. 누가 가서 물었다. "어떻게 당신은 힘들고, 더럽고, 냄새나고, 돈도 얼마 못 버는 일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지요" 청소부가 대답했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하고 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문턱까지 왔다. 그 견인차가 갤럭시S2의 삼성, 제네시스의 현대차라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을 들어보시라. '세상 최고의 행복은 남모르게 선행했는데 우연찮게 드러나는 것'이라 했다. 속물 근성이라 흉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대한민국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밑바닥에서 떠받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영웅들을 소개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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