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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여우 풀어주고 백두대간 잇는다는데


이화령은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를 잇는 고갯길이다. 산짐승을 피해 여럿이 함께 넘던 오솔길에 일제는 신작로를 내고 고갯마루를 잘랐다. 1987년이 지나 정부는 잘린 고개에 터널을 놓고 흙을 덮어 원래의 산등성이로 되돌렸다. 얼마 전 성대한 복원행사도 했다.

정부는 이화령을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끊긴 백두대간 12곳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백두대간을 잇는 사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정부가 말대로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 중심 산줄기를 온전히 하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을 높이는 일이다. 생태계 복원에도 도움이 된다. 산길을 따라 동물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갈 길이 멀다.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도로를 없앨 수는 없는 일. 한 전문가는 이화령처럼 터널을 만들 수 없는 곳은 아스팔트를 걷어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며 의구심을 보였다.

보여주기식이 될 수 있다. 복원을 말하지만 백두대간에 생채기내는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석회석을 채취로 강원도 자병산을 오늘도 파헤쳐지고 있다. 해발 872미터의 봉우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명분은 거창한데 갈피 못 잡는 정책이 멸종 위기종 복원사업이다.

정부는 한반도 토종 여우를 복원하겠다며 지난달 말 여우 한 쌍을 소백산에 방사했다. 공모를 통해 이름까지 지으며 의욕을 보였지만 한 달도 안 돼 제동이 걸렸다. 민가 아궁이에서 암컷이 죽은 채 발견된 데 이어 수컷마저 덫에 걸려 다친 것이다.

이보다 먼저 진행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10년이 넘었고 1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었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데 월악산에 산양을 복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 사향노루ㆍ스라소니ㆍ바다사자도 복원하겠다는 장기 계획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시행착오라고 하지만 생태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연구나 과학적인 접근 없이 보여주기식에 정책에 치우친 결과라고 말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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