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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해외 자동차 노조

투쟁일변도 UAW 사측과 타협<br>비용절감·고용안정 '상생 결실'

# 1. 1936년 12월30일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에 자리한 GM공장. 전년도에 설립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동맹파업은 이날부터 이듬해 2월11일까지 이어졌다. GM은 44일간의 파업을 견디지 못하고 UAW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며 굴복했다. 귀족 노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2.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2007년 9월26일. GM과 UAW는 극적으로 단체협약안을 발표했다. UAW는 일부 노조원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퇴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의료비 부담을 일부 떠안기로 했다. 노조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귀족노조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선진 기업들은 대화를 통한 노사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노사협력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기업의 생존경쟁력 강화라는 대전제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투쟁 일변도의 강성 노조로 알려진 UAW의 지도부도 지난해 사측과의 타협에 앞장섰다. 이유는 단 하나. 살아남기 위해서다. 기업이 살아야 노조원도 살 수 있다는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셈이다. GM과 UAW는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각각 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고용안정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체협약의 주요내용은 퇴직자의 의료비 지원문제였다. 결론은 500억달러에 이르는 퇴직자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GM이 350억원을 출연해 퇴직자의료비지원펀드(VEBA)를 조성하고 UAW에서 운용을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노조도 임금 인상분 중 일부를 펀드에 출연함으로써 회사가 전담하던 의료비 지원을 보조하기로 했다. UAW의 이 같은 결정은 당시 업계에 파격적인 변화였다. 노조 스스로가 ‘미래에 발생할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전통적 원칙을 깼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제해결을 사측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던 노조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서면서 리스크 프리(risk-free)에서 리스크 분담(risk-free)을 선회한 것. GM은 이를 통해 올해 30억달러의 비용절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며 비용절감 효과는 매년 1억달러씩 늘어나 2011년까지 4년간 1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30억달러는 GM이 북미시장 매출의 2.9%에 이르는 규모로 그만큼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UAW는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고용보장을 받아내기 위해 유연임금제를 선택했다. 공장별 신모델 투입 등 미국내 투자 확대와 공장폐쇄 중단, 사내 아웃소싱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고용안정에 노력한다는 약속을 끌어낸 것. 이 대가로 이중임금제(Two-Tier)를 통해 고용유연성을 확대해 줬다. 마치 서로의 몫을 내놓는 거래인 듯 보이지만 다시 보면 고용유연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 효과로 고용이 안정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드러나 UAW의 변화에 대해 “회사가 고용안정을 중시하는 중장기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노조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산과 노동의 유연성이 회사의 생존과 고용안정의 필요조건임을 노사가 인식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면서 “유럽업체도 경쟁력 제고와 고용안정을 위해 임금상승없는 노동시간 연장, 근로유연성 확대 등에 노사가 합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단기적인 노사문제 해결보다 중장기 계획에 입각한 점진적인 개선으로 조직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호 윈윈하는 노력을 강화해야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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