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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총리의 언론관

김영기 기자<경제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전임자들과 확연하게 다른 한가지가 있었다. 그는 취임과 함께 언론에 강하게 ‘러브 콜’을 보냈다. 점심ㆍ저녁을 마다하지 않고 언론인들과 줄기차게 식사 자리를 이어가며 스킨십을 주고받았다. 첫 브리핑 자리에 섰을 때는 딱딱한 분위기를 바꾸겠다며 농담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기자들에게 손수 음료수를 건네주며 화기애애함을 만들려 애를 썼다. 이런 행위들이 설령 현 정부의 언론 정책과 배치되더라도 말이다. 그의 정성을 언론이 알아주지 않은 탓일까. 언론은 여전히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미약한 리더십은 단골 주제가 됐고 그를 두둔하는 글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때문일까. 재경부는 지난 9일 악화된 소비심리 지표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부정적으로 흐른 언론 보도’를 들었다. 공식 보고서에서 언론을 적시한 것은 참 이례적인 일이었다. 부총리로서는 사석에서는 웃음을 주고받던 기자들이 펜대만 잡으면 달라지는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을 법하다. 서운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참 안타깝다. ‘경제는 심리’라고 언론이 긍정적으로 기사를 썼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점에 전혀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부총리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스스로를 위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범인(凡人)들에게는 ‘변명하는 부총리’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언론 탓하는 부총리’보다 ‘색깔’ 있고 그래서 카리스마를 주는 부총리를 원한다. ‘허니문’은 끝났다. 이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언론인들을 만나 “기사 잘 써주세요”를 외치는 대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그들의 마음을 들으러 다니는 것을 시장은 원한다. “규제 탓만 하지 말라”는 말도 좋지만 허식(虛飾)이 담겨 있더라도 기업인들과 만나고 생산현장을 찾아 “힘들죠”라는 단어를 건네주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시장은 더 이상 소극적인 경제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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