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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보행자가 행복한 도시


장마가 시작됐다. 게릴라성 호우니 오락가락 변칙 장마니 물폭탄이니 근래 들어 장맛비를 가리키는 다양한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연례행사인 장마가 점점 더 고약하게 변해가는 것 같다. 장마가 들어 비가 내리면 도시의 보행자들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괴롭다. 배수가 잘되지 않는 도로 곳곳에 고인 빗물을 튕기며 질주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때문이다. 잠깐 방심하면 물벼락을 맞기 십상이다. 넓은 도로에 자리 잡은 버스정류장에서도 가끔은 도랑(?)을 건너야 버스에 올라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골목길이나 이면도로로 가면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은 있어도 보행자도로는 아예 없는 길이 부지기수다.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어 보행자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한데 섞여 걷는다. 빗물을 뒤집어쓰는 것을 피하려면 곡예를 하듯 걸어야 한다. 좁은 인도가 마련돼 있는 길도 사정이 썩 좋지는 않다. 주차를 방지하기 위해 박아놓은 쇠기둥이나 커다란 돌로 만든 구조물들이 원활한 보행을 방해한다. 우산을 쓰고 걷다 보면 미처 그런 구조물을 보지 못해 부딪치기 일쑤다. 인도를 반이나 차지하고 진열된 상점의 물건들과 인도 위에 주차해놓은 자동차를 피해 걸으려면 툭하면 차도에 내려설 수밖에 없다.

교통안전법 제8조는 보행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보행자는 도로를 통행함에 있어서 법령을 준수하여야 하고, 육상교통에 위험과 피해를 주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규정이다. 불편하고 위험해도 차량을 위해 참고 양보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려 씁쓸하다. 빗길 운전이 부담스러워 차를 두고 나갈까 하다가도 빗길을 걸을 때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져 결국 핸들을 잡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행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대책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시가 지난 상반기 324개의 보행자 중심 세부 교통개선대책을 수립했다고 한다. 교통 영향 분석, 개선 대책은 도시교통정비지역이나 그 지역의 교통권역에서 산업단지 조성, 건축물 신축 등의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 수립한다. 그동안 차량 위주였던 대책에서 탈피해 보행 환경과 보행자 안전을 위주로 한 개선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충분한 보행 공간 확보를 위해 간선도로변 건축선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도로 끝에 보행자 쉼터를 조성하거나(마포구), 노상주차를 없애는 동시에 보도를 확장하는(강동구) 계획 등을 세운 것이다.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보행 환경 개선 대책이 필요하지만 사후관리까지 철저히 하겠다니 기대해봐야겠다. 그리고 이런 보행자 우선 대책이 하루 빨리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한다. 장마철에도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게 골목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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