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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2월24일] 바스코 다 가마


선원 170명 중 생환자 54명, 선박 4척 중 2척 상실. 2년2개월 동안 항해를 마치고 귀환(1499년)한 포르투갈 함대의 성적이다. 겨우 살아 돌아온 이들은 크게 환영 받았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훗날 저술된 ‘국부론(1776년)’에서 이들의 항해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더불어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중요한 두 가지 중 하나’라고 꼽았다. 인원과 장비의 절반 이상을 상실하고도 환대 받았던 것은 ‘인도 항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이끌었던 포르투갈 함대는 거지꼴이었지만 싣고 온 후추로 60배의 수익을 거둬 유럽인들을 꿈에 부풀게 만들었다. 인도 직항로 발견은 ‘서구가 지배하는 세계무역’ 시대를 열었다. 산업혁명의 기운도 이때부터 싹텄다. 후추 같은 향신료뿐 아니라 인도산 면이 유럽을 휩쓸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영국 면직물 산업의 기계화와 동력화가 이뤄졌다. 서구 여러 나라가 신대륙에서 적극적으로 광산을 개발했던 이유도 무역대금으로 인도에 지불할 금과 은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교역 초기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던 인도는 얼마 안 지나 쇠퇴하고 면직물조차 유럽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현실에 만족한 탓이다. 자만은 세계에서 가장 번성했던 나라의 국부와 자양분ㆍ국권까지 고스란히 서구로 넘어가는 결과를 빚었다. 동양보다 뒤졌던 서구는 어떻게 중심에 설 수 있게 됐을까. 끊임없는 도전 덕이다. 가마도 아버지와 동생ㆍ조카를 모두 바다에서 잃었다. 가마 자신도 1524년 12월24일, 인도에서 죽었다. 동서양 해상교역 510년이 흐른 오늘날 아시아권 경제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다.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보기에는 서구의 반격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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