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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불똥 영국으로… AAA 지위 뺏기나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강등설 솔솔<br>유로존 무역 의존도 높고 은행도 위험노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불똥이 비(非)유로존 국가인 영국에까지 튀었다.

영국이 최근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30년 이상 지켜온 최고 신용등급 'AAA'를 상실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영국에 부여한 'AAA' 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ㆍ피치는 모두 영국에 AAA등급을 부여한 상태다. 그러나 이 중 무디스는 지난 2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춰 등급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무디스와 함께 1978년부터 줄곧 영국에 AAA를 부여해온 S&P는 4월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중기적으로 지금 예상보다 경제성장이 더 약해져 등급하향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국가들에 집중됐던 등급강등 경고음이 영국으로 옮겨간 것은 영국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이중경기침체(더블딥)'에 빠졌기 때문이다. 25일 영국 통계청(ONS)은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전망한 0.2% 증가를 뒤엎은 것이다. 지난해 4ㆍ4분기와 올 1ㆍ4분기 각각 -0.4%, -0.3%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2ㆍ4분기부터 2009년 2ㆍ4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경기가 침체됐다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후 다시 침체의 길을 걸으며 4년에 걸친 더블딥을 기록하게 됐다. 이런 상태로는 S&P가 앞서 전망한 올해 연간 성장률 0.5%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베어링애셋매니지먼트의 앨런 와일더는 "2ㆍ4분기 지표는 충격적이며 신용평가사들이 등급강등을 서두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이처럼 극심한 경기침체를 보이는 것은 재정위기에 빠진 유로존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데다 영국 은행들의 유로존 익스포저(위험노출)가 크기 때문이다. 또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에 위치한 글로벌 싱크탱크 메이플크로프트는 25일 유로존 위기가 세계 169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영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로존이 붕괴할 경우 영국은 무역의 7%가 감소하고 국가 GDP의 7%에 맞먹는 손실을 은행들이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영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0.8%를 지키기 위해 하반기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 조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영국중앙은행(BOE)은 이달 초 경기부양을 위해 500억파운드(약 88조원)를 시장에 추가 투입하는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으며 정부와 공조해 시중은행에 800억파운드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구조적 재정적자를 제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긴축정책으로 경제가 악화됐다는 비난에 직면한 만큼 더 이상 쓸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영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는 등 일부 완화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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