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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12일] 신뢰는 겉모습에서 안 나온다

김민형 금융부 기자

‘금융인’들은 멋쟁이다. 남자 은행원들은 요즘 같은 무더위에도 항상 흰색 긴 팔 와이셔츠에 짙은 색 정장을 차려 입는다. 여자 직원들도 깔끔한 유니폼에 옷 매무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 이른바 ‘스튜어디스식’차림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은행원들은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그 어느 업종 보다 임직원들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오죽하면 모 시중은행 본점의 임직원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에는 “와이셔츠 깃은 재킷 위 1.5cm로 유지해야 한다”, “남자들도 화장을 하자”등의 내용을 담은 전단이 사진과 함께 붙어있다. 잠시 잠깐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화장실에서 조차 깔끔한 외모를 챙기라는 의미다.

은행들도 행원들의 외모 가꾸기를 아낌없이 지원한다. 이른바 ‘피복비’라는 명목으로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 모 은행의 경우 남성 행원들에게는 상ㆍ하반기에 걸쳐 각각 40만원씩, 유니폼을 입는 여성 행원들에게는 ‘제화비’명목으로 20만원씩 지급한다. 신뢰와 안정성이 생명인 은행원의 이미지를 가꾸기 위한 투자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행원들이 매년 지급되는 피복비와 제화비를 실제 제품구매에 사용하지 않는 것. 남성 행원들에게 필요한 옷은 사실 몇 벌이면 충분하고, 여성들 역시 유행을 타지 않는 편한 신발 몇 켤레면 언제나 깔끔한 외모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피복비는 개인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행이 실제 사용처를 확인하지 않다 보니 이 같은 ‘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행원들은 어느새 ‘피복비 전용’의 ‘공범’이 되어버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피복비로 옷을 사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됐다”며 “대부분 개인 용돈으로 쓰거나 명절 선물로 사용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외환은행의 한 지점장이 수년간 고객 계좌에서 700억원 가량을 빼내 상장회사 등에 빌려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지점장 역시 금융인다운 옷을 입고 고객을 대하면서 뒤로 거액의 돈을 빼돌렸을 것이다. 사실 은행원들의 횡령사건은 잊을 만 하면 나오는 단골뉴스다. 사건이 잦은 만큼 국민들도 은행원을 바라보는 눈길에서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은행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은행원들이 깔끔한 외모로 포장한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 하물며 은행원들 스스로가 광범위한 공범이라면 어떻겠는가.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정직할 때 신뢰는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마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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