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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이 열린 23일 국내 금융산업을 이끌어가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500여명의 금융계 관계자 모여든 서울시 태평로 플라자호텔에는 강연이 진행된 약 두 시간 내내 휴대폰 카메라의 찰칵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강연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이곳저곳에서 발표 자료를 촬영하는 데 여념이 없었기 때문. 참가자 중에는 태블릿PC를 들고 강연 장면을 일일이 촬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CEO 중에서도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발표 자료를 스마트폰으로 찍어가며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성호 하나금융그룹 전무를 비롯한 많은 참가자들은 수업을 듣는 학생처럼 노트에 빼곡하게 메모를 하면서 강연에 몰입했다. 에드워드 콥 에이스손해보험 사장은 "금융관계자들이 이처럼 많이 와서 강연 내내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학구열'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포럼이 끝난 후에도 곳곳에서 발표 자료를 요청하는 문의가 쇄도, 금융전략포럼에 대한 금융권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변준영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에 대한 정의와 금융계의 대응 방향을 제시해 금융사 CEO들에게 핀테크 경영에 대한 영감을 줬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바를 긁어줬다"며 "새로운 금융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타 업종과의 연계와 차별화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평했다.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은 역시 "인터넷 은행과 관련해 전통적인 은행을 답습하지 말고 특화전략을 펴야 한다는 데 정말 공감했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30~40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인터넷 은행 모델을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외부 강연을 하게 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표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다시 한 번 자리를 고쳐 앉았다. 임 위원장은 "취임 전까지 농협금융지주 회장 신분으로 금융전략포럼에 계속 참석해왔다"며 "처음으로 연사로 나오니 부담되고 떨린다. 여러분이 앉아계신 자리가 편하고 좋은 자리"라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임 위원장은 민간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금융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풀어내 CEO들의 호응을 얻었다. 핀테크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금융당국도 뭐가 뭔지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솔직한 인상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에는 신한금융그룹의 인도네시아 진출과 하나은행의 중국 진출 등 국내 금융사를 직접 언급하며 "우리도 가능성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평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석한 CEO들은 임 위원장의 '진정성'에 큰 점수를 줬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실천·협업·현장 이 세 마디가 가슴에 남는다"며 "금융업이 어려운 시대에 당국과 금융계가 실천하고 협업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가장 기본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이번 발표에서 단순히 과제만 나열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행에 옮기겠다는 계획과 의지를 봤다"며 "보통 행사에서 축사만 하고 가시는 것과 달리 이번 포럼에서 금융개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해준 것 같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현장 출신이다 보니 디테일한 개혁이 가능할 것 같다"며 "강연을 들어보니 뭔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금융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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