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위한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6)가 지난 달 29일 멕시코 칸쿤에서 개막됐다. 칸쿤 회의는 오는 10일까지 '교토협정서 이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일년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 때와 비교하면 썰렁하기 짝이 없다. 코펜하겐 회의 당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전세계 각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으나 칸쿤에서는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은 일제히 불참을 통보했다. 큰 기대를 모았던 지난해 코펜하겐 실패의 충격이 워낙 컸던데다 현재 각 국이 미래 문제인 기후보다는 당장의 환율ㆍ무역 전쟁 등 경제 문제가 더 급하다며 기후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그 동안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협상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때 중재자 역할을 했던 일본과 유럽마저 각각 엔고와 재정 위기라는 개별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기후 협상을 중재할 의지를 크게 상실해버렸다. 주최국인 멕시코도 회의 개막 전부터 성공적 결과 도출 가능성이 낮다며 낙담했을 정도다. 이처럼 칸쿤 회의는 기후관련 NGO(비정부기구)들조차 인정할 정도로 지구촌의 관심권 밖에서 겉돌고 있다. ◇대형 기후 재난으로 점철된 최악의 한해=하지만 올해 세계 각 국이 경제 문제에만 치중하는 동안 지구는 더 뜨거워졌고 잇단 대형 재난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날렸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대홍수, 러시아ㆍ중앙아시아의 폭염, 유럽의 폭설과 강추위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스위스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올해가 1976년 이후 최악"이라고 밝혔다. 영국옥스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후와 관련된 재난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2만1,000명이다. 이는 지난 해 전체 사망자 수보다 2배 이상 많다. 옥스팜의 팀 고어는 "각각의 재난이 단순히 기온 상승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동안 극심한 기후 변화가 지구 온난화와 함께 증가해왔다"며 "특히 파키스탄의 대홍수와 러시아의 가뭄은 기후 변화와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칸쿤에서의 진전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칸쿤 회의의 최대 과제는 2013년 이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이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는 교토의정서에는 '41개 선진국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줄인다'고 명시돼 있다. 교토의정서가 종료될 예정이어서 2013년 이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교통의정서에 따른 의무국에서 제외됐고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대한 비준 자체를 거부했었다. 최대 오염원인 두 나라가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는 지구촌 협상에서 가장 무성의하게 임하고 있는 셈이다. 칸쿤 회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코펜하겐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코펜하겐 회의 당시 참여국들은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롭고 구속력 있는 기후협약 도출을 목표로 했지만 중국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 탓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2020년까지 온도상승 폭을 2℃ 억제한다'는 정치적 수준의 합의만 가까스로 끌어냈다. 미국은 중국ㆍ인도 등 신흥경제대국들이 참여하지 않는 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중국은 선진국들이 이미 성취한 경제 성장을 뒤늦게 추구하는 입장에서 선진국과 같은 의무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개도국의 특수성을 인정한 교토의정서를 고수한다. ◇中의 최근 변화 고무적, 美는 더 노력해야=그나마 다행이라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최근 들어 심각하게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이다. 크리스티나 피구에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장은 최근 중국에 대해 "풍력 및 태양광에너지 확대와 기업들의 탄소 배출 제한이 매우 눈에 띈다"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 동안 오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법을 제정했고 이산화탄소 거래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또 중국은 지난 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345억달러를 끌어모았다. 물론 중국은 앞으로도 더 많은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대국으로서 기후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할 필요도 있다. 아이룬 양 그린피스 중국기후에너지캠페인 수석은 "글로벌 기후 문제 있어 중국이 책임감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계획을 보다 의욕적으로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비해 미국은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동일 분야 투자액은 중국의 절반 수준인 186억달러에 불과했다. 게다가 중간선거 패배로 탄소 배출량 감축 법제화를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직전 상황에 놓여 있다. 파 오스먼 자르주 감비아 기후협상 대표는 "미국은 상처입은 코끼리"라며 "그 코끼리는 그 동안 아주 천천히 움직여왔고 이제는 절뚝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현실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내부 문제 때문에 칸쿤에서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이목이 미국과 중국에 쏠려 있는 만큼 칸쿤을 찾은 미ㆍ중 대표들도 다른 회원국들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미ㆍ중 양국 대표는 감정을 추스리고 칸쿤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미중 양국이 내부적으로 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적 합의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수 웨이 중국 대표는 "미국과 중국은 다른 과점과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진일보한 결과를 추구하고 있는 점은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조나선 페싱 미국 측 대표도 "칸쿤 회의의 성공 여부는 두 나라에 달렸다"며 "미국과 중국은 1,2위 탄소배출국이자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합의점 도출을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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