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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판박이 같은 일자리 지원정책


신고전학파 경제학자 세실 피구(Cecil Pigou)는 정부를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는 주체로 설정한다. 반면 공공선택이론 경제학자로 유명한 월리엄 니스카넨(William Niskanen)은 정부를 예산의 효과성을 따지지 않고 예산과 조직확대에 급급한 것으로 그려낸다. 정부가 예산재량권을 극대화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 부처이기주의(departmentalism)다. 중앙정부건 지방자치정부건 부처별로 정부조직이나 산하기관의 규모를 확대하려는 조직논리가 강조돼 타 부처의 예산을 뺏어오고 뺏기지 않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고 추진되는 사업도 공익 극대화보다는 예산비중을 크게 하는 쪽으로 사업메뉴를 설계하게 된다. 포퓰리즘 눈치보며 효율은 뒷전 예산편성권을 가진 부처의 입김은 세지고 사업집행 부처들은 조직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사업규모를 확대하는 논리를 만들고 이에 부합하는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배정을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정책 표절과 중복ㆍ유사한 정책의 남발로 이어져 정책혜택이 시급한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객체에 머무르게 된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한다. 포퓰리즘적인 예산배정을 정부에 요구해 예산을 낭비하는 정책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역대정부가 추구해온 재정을 통한 일자리 지원사업이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지원사업은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적절한 정책수단(보조금ㆍ훈련ㆍ창업지원 등)을 동원해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의 고용능력을 제고하는 다양한 정부정책을 의미한다. 지난 2010년부터는 노동부에서 이름을 바꾼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정비작업이 이뤄져 현재 130여개 사업이 이 범주에 포함돼 있다. 이들 사업의 예산편성권을 가지는 기획재정부 밑에 각 사업 부처가 따로따로 전달체계를 가지고 정책이 전달되다 보니 수요자인 국민 중심의 정책이 펼쳐지지 못하고 정책공급자 중심의 붕어빵 정책이 양산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중앙부처가 만든 일자리 사업을 표절해 가는 현상마저 발생한다. 이런 일자리 정책수립 구조로는 그 효과성을 담보받을 수 없을뿐더러 혈세를 낭비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구조개혁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정부 차원의 각종 일자리사업을 고용노동부가 실질적으로 총괄ㆍ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조직과 기능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고용노동부는 이름만 고용자를 달았지 기획재정부ㆍ교육과학부ㆍ지식경제부ㆍ보건복지부와 같이 힘센 부서에 밀려 고용정책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기에는 행정적으로 역부족으로 보인다. 둘째, 중앙과 지역 간의 일자리대책 조정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지자체의 정책전문성이 부족한 현실에 중앙에서 부처 간 조율이 덜된 사업이 지자체의 붕어빵 정책으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부처별 일자리사업 계획 수립 단계에서 지자체의 의견수렴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부처간 유사·중복 일자리사업을 사전에 조정함으로써 지역 수요에 부응하는 일자리사업 수립을 모색ㆍ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세 낭비 없게 정책 개혁 시급 마지막으로 지자체 일자리사업 담당조직이 기업ㆍ대학 등과 연계하고 고용지원센터 등 관련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하면서 지역 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취업상담·알선, 교육훈련, 취업, 사후관리 등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제공하는 지원체계가 시급하다. 현장기반 사업 설계를 위해 적정수준의 지역재량권을 보장해주고 성과에 따라 지역재량권 범위를 조정해 가는 자율책임형 행정구조가 수립돼야 한다. MB정부 초기 인수 위원회 논의에서 그러했듯이 차기 정부에서 고용ㆍ산업ㆍ교육ㆍ복지 등 유관부처의 통폐합 논의가 다시 불거질 것이다. 종합적인 고용정책 수립을 위해 어느 부처가 어디로 통폐합되든지 간에 적어도 고용정책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단위별로 시스템적인 고용정책을 수립해 혈세가 낭비되는 정책구조의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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