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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0월1일] 퇴폐풍조 일제 단속

지금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지만 과거 1970년대 암울했던 유신시절에는 더했다. 남자들 머리가 길다고 강제로 깎고 여자들 치마가 짧다고 경찰이 자를 들이대는 일이 백주대로에서 버젓이 일어났다. 1895년 김홍집 내각이 단발령을 공포한 후 70여년 후인 1971년 박정희 정권은 사회악과 퇴폐풍조를 일소한다며 장발족 단속에 나섰다. 미니스커트도 단속 대상이었다. 머리모양과 치마길이가 정치하는 데 거치적거렸던 것일까. 그해 추석을 앞둔 10월1일 정부는 사회윤리와 질서를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대상으로 퇴폐풍조 단속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단속 대상은 장발과 미니스커트 착용 등 고유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체의 행위였다. 이후 가위와 바리캉, 30㎝ 자를 든 경찰과 장발의 청년, 미니스커트 아가씨들이 길거리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흔하게 연출됐다. 장발단속에 나선 경찰은 머리 긴 남자들을 잡아 짧게 깎은 뒤 훈방했다. 끝내 머리 깎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은 경범죄를 적용해 즉심에 넘겼다. 한술 더 떠 경찰은 ‘외국인 장발족 입국불허’ 방침을 천명, 공항이나 항구에서 머리를 깎지 않으면 입국시키지 않겠다고 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가수 윤복희가 1967년 귀국하면서 첫 선을 보인 미니스커트도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전국을 휩쓴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은 자를 들고 다니면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붙잡고 무릎에서 치마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를 쟀다. 1972년 10월 말까지 경찰이 적발한 퇴폐풍조 사범은 10만명이 넘었다. 8만3,000여명이 머리를 깎였고 1만2,000여명은 즉심에 회부됐다. 권력의 칼자루를 쥔 자들이 벌이는 웃기는 짓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박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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