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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못된 국회에 속타는 중기인

윤경환/성장기업부

“잠시 쉬는 거라고요. 정회 끝나면 곧 법사위와 본회의를 열겠다니까요”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 2월27일 저녁 7시. 정족수 미달로 국회가 갑자기 정회되면서 중소업계의 최대화두인 판로지원법 개정안과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기자가 문의하자 국회 관계자는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며 한 말이다.

하지만 곧 열린다던 국회 본회의는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현역 의원들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법안만 통과시켜놓고 공천 선거운동을 위해 쏜살같이 사라진 뒤부터는 여의도에 다시 모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무슨 자신감으로 기자와 국민들의 문의에 그렇게 쏘아 붙였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총선기간 내내 민생법안을 팽개치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각 지역구에 내려가서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하는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18대 국회의원들이 민생법안을 ‘처리해주기’ 위해 오는 24일 다시 한번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껏 주변에서 만난 중소기업인 가운데 의원들의 진의를 믿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번 국회 역시 민간 사찰 특검 법안 등 이슈 법안에만 매달리는 ‘정치쇼’로 끝날 것이라는 추측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민생법안보다 금배지부터 챙기기 바빴던 사람들인데 이번 총선에서 낙마한 현역의원들이 임시국회 본회의장에 구태여 나올까 하는 의심도 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월 임시국회 때만 해도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중소기업인들이 이젠 열정마저 잃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중소기업청 등 법안을 만들기 위해 힘쏟은 중기 관련 정부기관부터 여러 중기조합, 작은 회사 직원까지 말이다. 자신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의원들에겐 ‘소 귀에 경 읽기’라는 걸 깨달은 것 같다.

이번 임시국회는 18대 국회의원들이 중기인들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보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 민생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그동안 자기 밥그릇 싸움에 중기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피를 마르게 한 점을 생각하면 절대 박수를 쳐줄 수 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못하면 앞으로 두번 다시 국민들 앞에서 서민ㆍ중산층ㆍ중소기업을 입에 담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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