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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테크시티, 영국식 실리콘밸리의 가능성을 보다


직접 둘러보기 전까지 영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테크시티'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낮았다. 런던의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은 테크시티를 아예 모른다고도 했다. 현지 잡지 가디언에 실린 한 기사의 댓글들은 부정적이었다. 왜 영국이 금융 같은 강력한 산업을 놔두고 실리콘밸리를 흉내 내는 '헛발질'을 하느냐는 이야기다.

실제로 언뜻 별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곳이 테크시티였다. 런던 중심부에서 떨어진 황량한 거리에는 어느 기업이 어느 건물에 있는지 간판조차 하나 없었다. 테크시티를 총괄하는 영국 무역투자청 산하기구(TCIO)의 관계자는 이곳에 다국적 IT기업의 사무소나 연구개발센터 등을 유치하고 해외 벤처가 이곳으로 올 경우 비자ㆍ세금 혜택 등을 지원한다고 했다.

정부의 노력 덕에 테크시티에는 구글이 설립한 벤처 육성공간 '캠퍼스 런던'과 페이스북의 기술개발연구소를 비롯해 무려 1,250여개의 벤처기업이 들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ㆍ아마존도 연구개발센터 등을 세울 계획이다.

정부가 테크시티라는 마당을 마련해줬다면 기업은 이 판에 색색의 그림을 그려 넣고 있었다. 일례로 이동통신사인 텔레포니카가 운영하는 '와이라(Wayra)'가 그랬다. 한국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와이라의 자유로운 분위기, 한편에 놓인 칠판에 빼곡하게 적힌 외부 전문가 초청 일정은 외부 벤처 관련 방문객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기자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홍병철 말랑스튜디오 공동창업자는 "한국에도 개발자 지원 공간이 있지만 와이라처럼 금융ㆍ회계ㆍ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다각도로 지원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테크시티의 성공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정부가 무작정 이 지역을 테크시티로 선포한 게 아니라 임대료를 낮춰 자발적으로 벤처기업들이 테크시티 프로젝트에 모여들었다는 점, 정부가 요란한 홍보보다는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다는 점, 정부와 기업이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문득 한국의 사정을 떠올렸다. 중구난방 IT 정책에 "정부는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것"이라며 산업계에서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놓는 한국과 비교하면 영국의 테크시티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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