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정원을 더 따내기 위해 온갖 논리를 갖다 대는 게 대학의 일반적 경향이지만 의대 입학정원이 10년 전에 비해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협상 당시 의사 측 요구에 따라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정원이 10% 감축됐다. 이후 내리 4년 동안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됐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포함해 2.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 3.1명에 비해 적은 편이다. 군 복무를 대신해 시골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2022년이면 지금의 20%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의대 정원확충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의대로만 몰리는 이공계 왜곡현상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 의대 정원을 의사 수급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또한 시골에는 의사가 부족하지만 수도권에는 문닫는 동네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의사 숫자가 아니라 지역별ㆍ전공의별 불균형으로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골에서는 분만을 앞두고 있거나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자동차로 1시간 이상씩 달려가야 하는 게 의료현실이다.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54곳에 이른다.
의대 정원확충은 종합적으로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하지만 의료사각지대만큼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가 낙후지역 5년 의무근무를 조건으로 정원 외 의대생(장학의사제도)을 뽑도록 하는 고육지책까지 마련했는데도 의협의 반대에 부닥쳐 표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장학의사나 공중보건의 같은 공공의료확대책이 여의치 않으면 의대 정원확대까지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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