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자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판젠웨이 중국과학원(CAS) 원사를 여러번 소개했습니다. 그는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 ‘묵자호’ 발사와 올해 세계 최장거리 양자통신위성 실험에 성공한 주역입니다. 또 구글 초신형 양자컴퓨터 칩과 맞먹는다고 알려진 ‘주총즈 3.0’ 개발도 주도했죠. 그의 연구팀이 이달 8일(현지 시간) 미국물리학회(APS)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새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인공지능(AI)을 통한 결함 없는 중성원자 수천개 배열’입니다.
루비듐 원자 2024개를 60ms(밀리초·1000분의 1초), 즉 0.06초만에 특정한 2차원(2D)이나 3차원(3D) 배열로 만들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게 이번 연구성과입니다. 기존에 배열할 수 있던 원자 규모의 10배입니다. 연산 정확도는 큐비트 1개로는 99.97%, 2개로는 99.5% 수준을 달성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구현에 필요한 원자 제어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는 현재 빅테크들 대부분이 개발하는 초전도 양자컴퓨터와 다른 기술입니다. 레이저로 원자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제어해 큐비트 상태를 구현합니다. 초전도와 달리 극저온 환경이 필요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미국 큐에라, 프랑스 파스칼 등이 대표적인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개발사입니다. 국내에서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국산 기술 확보에 나섰고요.
대신 원자를 하나하나 제어하는 일은 말만 들어도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원자 제어는 레이저를 원자가 있는 한점으로 집중시켜 강력한 전자기 에너지로 원하는 위치에 자유자재로 옮기는 일입니다. 다수의 원자를 이렇게 제어하는 것은 곧 원자 배열을 만든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표준연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연구실에는 원자 하나하나를 픽셀로 삼아 기관 영문명 ‘KRISS’를 수놓은 그림이 붙어 있는데 이 역시 정교한 원자 제어의 결과물입니다.
원자 하나하나를 제어해야 하다보니 원자 수, 즉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기술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겠죠. 판 원사 연구팀 논문은 이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AI 모델은 원자 재배열을 위해 홀로그램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레이저 장치가 (원자의) 위치와 위상을 정밀하게 제어해 모든 원자를 동시에 이동시킨다”고 했습니다. 장차 원자 수만개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곧 수만 큐비트짜리 중성원자 양자컴퓨터 개발까지 기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양자컴퓨터 최고 성능은 1000큐비트 안팎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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