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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아베노믹스] 섣부른 소비세 인상에 소비·투자 위축… '부러지는 세개의 화살'

엔저로 수입 물품·에너지값 올라 가계 부담

BOJ, 양적완화 등 추가부양 카드 꺼낼수도



"지난 4월의 소비세 인상이 일본 경제를 완전히 망가뜨렸습니다. 오늘(17일)의 결과는 또 다른 트라우마로 남을 것입니다."(신케 요시키 다이이치생명리서치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른바 '엔저 효과'에 취해 있던 일본 경제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실질 임금 상승률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소비세율 인상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 일본 가계들이 지갑을 닫자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고 기업투자도 부진해지면서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소비세율 추가 인상 계획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가뜩이나 엉망인 일본 재정 상황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본 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및 대규모 재정투입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담당상은 이날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GDP 마이너스의 주된 원인은 소비"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단행한 소비세율 인상이 전 분기에 이어 3·4분기(7~9월)에도 충격을 줬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실제 일본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는 전 분기 대비 0.4% 성장에 그쳤다. 지난 분기 당시 이 부문 성장률이 -5%를 기록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번에는 소비 분야에서 상당한 기저효과를 기대했던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회복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가전제품 등 내구재 수요가 특히 악화됐다"며 "소비자들이 여전히 세금 인상에 타격을 입은 상태임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3·4분기 주택투자도 6.7%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사상 유례없는 엔저 현상으로 수입 물품 및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도 가계에 큰 부담을 줬다. 아베노믹스의 대규모 돈 풀기가 일본 대기업들의 수출엔 긍정적 영향을 줬으나 민간 소비에는 역풍을 불러온 셈이다. 실제 3·4분기 일본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으나 취약한 내수 시장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계가 지갑을 닫자 기업 투자도 위축됐다. 올 3·4분기 일본 기업의 자본 지출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날의 GDP 쇼크는 신케 이코노미스트의 말처럼 일본 경제에 또 하나의 '소비세 트라우마'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1989년과 1997년에도 각각 소비세 도입 및 세율 인상을 시도했다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경험을 했고 당시 내각을 이끌던 다케시타 나보루 총리와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퇴진해야 했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아베 총리는 이르면 18일 경제 회생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오는 2017년까지 연기할 것이 확정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집권여당 자유민주당(자민당)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세율 추가 인상 방안을 18개월 동안 미룰 경우 0.5%포인트 상당의 GDP 부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경우 현재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오는 2015년도까지 2010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2020년까지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재정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소비세율 인상 보류에 따른 세수입 감소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미 14일 기자회견에서 "소비세율 인상이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정책 또는 BOJ의 양적완화 방안 등 통화정책을 동원하는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4월의 소비세율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5.5조엔(약 52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일본 정부는 최근 경기부양 목적으로 3조~4조엔가량의 추경 편성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31일 전했다. 고마다 유이치 메이지야수다생명보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BOJ로서는 우선 10월 단행한 추가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자신들이 목표로 내건 인플레이션율(2%) 달성이 어렵게 된다면 다음 회계연도의 적당한 때에 맞춰 새로운 경기 부양 도구를 내밀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의 일본 GDP 쇼크는 소비세율 여파 말고도 올여름 잦은 태풍 및 기록적 강수 등 경제 외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일본 기업들이 재고 물량을 대량으로 털어내 오는 4·4분기에는 일본 경제가 회생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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