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이어 11일 오후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연안에서 발생한 연쇄 강진으로 일본 열도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1월 일본 남단 규슈의 기리시마산이 잇따라 폭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동북부 지역에서 하루 간격으로 발생한 초대형 강진이 열도를 뒤흔들자 일본에서는 이번 지진이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지진…피해 속출=9일 규모 7.2로 발생했던 지진이 비교적 경미한 피해를 남기는 데 그친 반면 '지진 왕국'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강도로 발생한 이날 지진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며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을 야기했다. 동북부 지역에서는 사망 및 실종자가 보고되고 있어 사망자 4,000여명이 발생한 1995년 고베 지진에 준하는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도호쿠 지역에 위치한 이와테현의 가마이시(釜石)시와 이시마키(石卷)시에는 지진 발생 직후 각각 4.2m와 3.3m에 달하는 쓰나미가 발생했고 도쿄 북부에 위치한 센다이에도 쓰나미가 덮쳐 공항 활주로가 물에 잠겼다. 쓰나미가 강타한 지역에서는 선박과 차량ㆍ건물이 역류한 바닷물에 휩쓸렸다. 인구와 시설이 밀집한 도쿄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도쿄소방청에 따르면 도쿄 지요다구의 한 회관에서는 천장이 붕괴되면서 여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통신이나 전기가 끊기는 사고도 이어졌다. 교통도 곳곳에서 통제됐다. 도호쿠 지역의 철도는 물론 도쿄의 철도와 지하철ㆍ신칸센 운행이 중지됐으며 수도권 고속도로도 전면 통제됐다. 나리타공항에도 이날 잠정 폐쇄조치가 내려졌다. 후쿠시마 지역에서는 원전 3기를 포함해 전역에서 11기가 가동 중단됐다. 지바현에 위치한 천연가스 비축기지에 화재가 일어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정부 비상체제 돌입=이날 참의원 예결위원회 참석 중 지진 사태를 맞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예결위가 중단된 뒤 곧바로 각료들을 총리 관저로 불러들이고 긴급재해대책본부를 설치했다. 회의 직후 모두발언에서 간 총리는 "자위대가 출동하고 경찰ㆍ소방활동이 개시됐다. 정부는 가급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민들도 냉정하고 신속하게 행동해달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각지 주민들에게 추후 발생할 쓰나미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높은 지역으로 대피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일본 방위성은 강진 발생 후 미야기현 지사의 요청을 받아 피해상황 파악을 위해 자위대 함정을 미야기현에 급파하고 8대의 군용기를 배치했으며 별도의 조사단도 현지로 파견했다. 방위성ㆍ국무성 등 각 부처과 일본은행 등은 상황 파악과 조기 대처를 위한 재해대책본부를 각각 마련했다.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던 여당과 야당도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아 한시적으로 손을 잡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야가 11일에 이어 오는 14일에 열릴 예정이던 국회 심의를 중지하기로 했으며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당이 집권 민주당에 "전면적인 협력"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주요 방송들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재해방송에 돌입, 실시간으로 피해 현황 보도에 나섰다. 이 밖에 일본 기업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해 각 지방에 위치한 공장에서의 피해상황 파악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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