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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항공사,시장개방에 추락위기/미·일항공협정 마무리 단계
입력1997-10-09 00:00:00
수정
1997.10.09 00:00:00
이병관 기자
◎임금·연료가 등 경쟁력 떨어져/미로 가는 승객마저 빼앗길까 속앓이일본 항공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간에 지난 수년간 밀고 당겨왔던 항공협정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면서 일본 항공시장의 대폭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52년 양국간 체결된 항공협정에 따라 미국은 현재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 페더럴 익스프레스 등 3사만 일본시장에 대한 이원권을 확보, 일본을 경유해 여타 아시아지역으로 운항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일본항공(JAL)이 미국에 주 41회 운항하고 있고 전 일본항공(ANA)의 미국노선 운항회수는 18회로 제한을 받고 있다. 새 협정에서 미국측은 다른 항공사도 운항편수를 얻고 일본에서의 이원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본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할 계획이다.
일본측은 현행 협정이 불평등하다며 JAL과 ANA 양대 항공사의 미국시장 이원권과 운항편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막상 항공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일본업체들이 맥을 못출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있다.
그동안 일본항공사들은 정부가 노선, 요금 등을 일률적으로 책정하는 등 온실 속에서 커왔기 때문에 경쟁력이 현저히 낙후돼있다는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높은 임금과 연료가격 등으로 JAL과 ANA가 영업비용에서 미국항공사들보다 각각 66%, 80% 높은 저효율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다 90년대 일본경기의 침체까지 겹치면서 양사는 적자로 돌아서야 했다.
올초 후카추 세이지 ANA 사장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공개방협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가 물러난 사건은 일본 항공업계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후카추 사장은 지지발언을 하자마자 운수성에 불려가 훈계를 들었고 끝내 지난 5월 사임하고 말았다. 사실 ANA는 아시아 노선망이 부족해 시장개방이 되더라도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승객들을 확보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여기다 강점을 보이던 국내시장도 후발업체들이 규제완화로 무섭게 치고들어오면서 지분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5년간 적자를 보여왔던 JAL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외에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더 확보할 수 있는 미국시장의 이원권 자체가 제한돼있다. 분석가들은 새로운 항로를 만들더라도 조종사와 장비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일본항공업계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동경 인근의 나리타공항에 새 활주로가 들어서는 2000년까지는 공항이 비행기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있지 않아 개방이 되더라도 어차피 미국업계에 빼앗길게 없다는 얘기다. 그사이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실제 ANA는 지난 6월 8억2천2백4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 신규 항공기를 늘리는 등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과보호 속에서 수십년간 성장해온 일본업체들은 항공개방과 함께 스스로 커가야 하는, 그 어느때보다 혹독한 시기를 맞고 있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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