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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발상의 전환
입력2008-03-02 19:24:31
수정
2008.03.02 19:24:31
연초에 회사 임원들과 함께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공연을 관람했다. 정장 차림의 100여명의 40~50대 임원들이 공연장 분위기를 가라 앉히는 것은 아닐까 우려해 모두 넥타이를 풀고 젊은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용극장을 갖추고 2년째 장기공연을 한다니 그 인기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중년 나이의 우리 임원들이 1시간 반 동안 환호성을 지르고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칠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들 출연진은 세계 최고 권위의 비보이 대회에서 우승해 한국을 전세계에 알린 장본인들이다.
예전 같으면 비보이를 하겠다고 나서면 학업을 포기한 문제아로 간주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비보이들은 우리나라를 전세계에 홍보하고 있고 사업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불량 청소년들이 뒷골목에서나 추던 춤으로 여겨졌던 것이 예술작품으로 승화돼 이 같은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춤에 시나리오적 요소를 가미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발레밖에 모르던 소녀가 거리의 댄서들에게 영감을 받아 서로 앙상블을 이룬다는 스토리도 관람객의 감동을 쉽게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 같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한 사례는 우리 주위에 많다. 태권도와 동양무술에 스토리를 가미해 코믹공연으로 완성한 ‘점프’는 이미 16개국 해외투어공연을 할 만큼 큰 성공을 거뒀고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난타’는 한국의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드라마화했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에 전용관을 마련해 장기공연을 할 정도의 큰 성공을 거뒀다.
난타는 대중 문화 선진국인 미국에 우리의 대중문화상품도 수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온라인게임도 과거에는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떨어뜨리는 요인의 하나로 비난 받아 학부모들의 경계대상 1호로 낙인 찍혔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성장하고 수출 역군이 됐다. 이 역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게임을 상상력과 스토리를 가미한 상품으로 탄생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범함과 소외감을 이기고 기존의 것을 남들과 달리 보는 능력과 창의력에 바탕을 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을 일궈낸 사례들이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정보화시대 후엔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 (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야기와 꿈이 부가가치를 만들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이며 고정관념은 무서운 존재이다.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 발상의 전환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른 방법을 적용해 실천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발상의 전환이다. 애플은 기존의 컴퓨터 사업에서 보유하고 있던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토대로 자신들의 핵심사업을 음악사업으로 재정의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음악 소프트웨어 부문의 역량을 확보했는가 하면 디지털 음원 저작권을 관리하는 역량을 새롭게 확보했다. 핵심전략을 성공적으로 재정의해낸 기업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자산이나 쉽게 확보가능한 자산을 활용했다.
애플의 아이팟 성공신화는 기기의 성능에 초점을 맞추던 기존의 사고를 벗어나 고객이 얼마나 쉽게 음악을 이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상력 전쟁의 시대에 돌입한 지금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한 발상의 다양성 확보는 바로 성장과 혁신의 근원이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결이다.
국가경영도 마찬가지이다. 동북아 물류허브나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남들보다 우리가 더 잘하고 있거나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우리의 대표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 동남아를 거쳐 중동, 남미까지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원천인 우리 드라마의 힘을 바탕으로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글로벌 드라마 중심지를 구축함으로써 ‘한드(한국 드라마)’를 ‘세드(세계의 드라마)’로 업그레이드(upgrade)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영상 중계되는 온라인 게임을 시청하기 위해 수만 명의 젊은이가 해운대 백사장에 모여 축제를 즐기는 우리의 문화를 토대로 세계 게임 올림픽을 개최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포함한 모든 전자 게임의 메카를 구축하는 등 한국을 세계 문화 콘텐츠 허브로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어떤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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