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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푸틴 선택의 교훈

한때 그에겐 ‘그로즈니(뇌제ㆍ雷帝)’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천둥 번개처럼 두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얘기다. 그런 그의 장기 집권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지난 2일 실시된 러시아 하원 총선에서 그의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압승했다. 정권 연장의 야욕이 숨어있는 이 총선에서 그는 통합러시아당의 비례대표 1순위다. 부정선거 논란 속에서도 이제 그는 자신이 마련한 장기 집권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 중 하나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대통령 직을 사임하고 잠시 총리직을 맡은 뒤 내년 3월 대선에 재출마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헌법 개정 없이 편법으로 8년 동안 두 번 더 대통령직을 연임할 수 있게 된다. 또 총리로서 의회를 이끌며 대통령 3선 연임이 가능하도록 헌법 개정에 착수할 수도 있다. 헌법 개정 의사가 없고 예정대로 퇴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면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킨 뒤 실세 총리로 군림할 수 있다. 아니면‘국부(國父)’로 추대돼 사실상 러시아를 다시 통치할 수도 있다. 러시아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서방의 비판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에 국민들은 오히려 지지표를 보낸다. 그에 대한 지지율은 80% 이상이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 올라갔다. 더욱이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지지는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개혁ㆍ개방을 주창하고 소련을 무너지게 한 게 그였다. 권의주의 팽창, 부패와 언론통제, 체첸 공화국 내 인권탄압 등을 모를 리 없는 고르바초프는“러시아인의 80%가 푸틴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러시아에 사는 나로선 오히려 그 사실이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15일 뒤 우리도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대선 후보 중 몇 명이 탈락할 지 모르지만 여전히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헷갈린다. 우리는 러시아 국민의‘푸틴’선택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경제를 살아나게 한 데 대한 강한 지지다. 이는 무엇보다 경제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1998년 러시아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할 정도로 경제는 만신창이였다. 이로 인해 한 때 세계의 절반을 차지했던 러시아는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을 구걸해야 하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여기서 경제를 부활하게 한 주역이 바로 푸틴 대통령이다. 연평균 6~7%의 고성장을 이뤄내며 브릭스(BRICs)라고 불리는 고도경제성장 대국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줄줄이 짐을 싸 러시아를 빠져나갔던 외국 기업들도 다시 러시아로 몰려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강한 러시아’에 대한 자부심을 되살린 데 대한 믿음 아닐까 싶다. 아직 미국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지만 강대국의 위용을 되찾아가고 있다. 일부는 이에 대해 고유가에 따른 오일머니가 힘이 됐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덧붙여 국익을 우선시하는 푸틴 대통령의 강한 목표의식과 탁월한 국정수행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많은 우리 국민들이 지금 5년 전과 다른 선택을 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5년 전 선택에 대한 반성과 회한, 그리고 기대가 무너진 데 대한 반작용이다. 이 정권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많은 개혁을 추진했으되 성과를 낸 게 별로 없고 경제성장 동력 역시 살려내지 못했다. 물론 수많은 개혁성과에 대한 자료를 쏟아내고 있지만 가슴에 와 닿지않는다. 혹자는“이 정권에서 기억 나는 건 세금폭탄과 성매매금지법, 그리고 혼란”이라고 혹평하기까지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동력은 갈수록 약화돼 경제성장률은 아시아 주요 경쟁국은 물론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맨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계속 둔화되고 있다. 삶이 힘들어지면 국가와 그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깨지게 마련이다. 누가 뭐라든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에게서 러시아의 새로운 미래를 봤다. 우리도 이번 선택에서 강한 성장을 바탕으로 한 강한 대한민국이라는 희망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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