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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의 포스코 모델


중국 양자강 끝자락에 위치한 항구 도시인 장자강(張家港). 상하이에서 차로 두시간 남짓 거리인 이곳은 철강ㆍ자동차 등 주요 기간 산업이 밀집해 있는 공업 도시로 1인당 국민소득이 중국 내 최고 수준인 2만달러에 육박한다. 장가항은 중국 최대 민영 철강회사인 샤강그룹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샤강은 내부 면적 5,800평방미터의 세계 최대 고로를 갖고 있고 연간 3,000만톤의 조강 능력을 갖춘 세계 8위 철강회사다. POSCO 중국법인인 장가항포항불수강 고로 증설 준공식 취재차 장자강을 찾은 기자는 오늘의 샤강그룹을 키운 장본인인 선원롱 회장을 14일 만나 세계 철강생산의 45%를 점하고 있는 중국 철강시장의 전망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지난 1998년 유럽 철강경기에 침체에 빠졌을 때 독일 최대철강회사인 튀센크루프의 고로 등 철강 설비를 통째로 배로 가져와 장가항에서 일거에 연산 650만톤의 제강 생산 능력을 갖춘 일화로도 유명하다. 선 회장은 첫 일성으로 중국 철강시장은 업체 난립으로 공급과잉에 직면했으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POSCO의 친환경 고로 기술인 파이넥스 도입 같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장가항포항불수강 증설 준공식 참석차 장가항을 찾은 정준양 POSCO 회장이 13일 "POSCO의 파이넥스 기술을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 펼쳐보기 위해 중국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연상하게 했다. 정 회장은 앞선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지혜롭게 시장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파이넥스 기술의 해외 유출 우려 등 때문에 POSCO의 파이넥스 해외 진출 허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유출 단속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표준화해 세계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은 과거처럼 선진기술을 못 구해 안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전자ㆍ철강 등 주요 산업의 선진 첨단기술을 가진 외국기업을 줄 세워 놓고 어느 기업과 제휴하는 것이 질적 성장의 지름길이 될 것인가 하는 큰 그림의 전략을 짜고 있다. 삼성과 LG의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중국공장 진출 사례도 좋은 반면교사다. 한국 정부가 LCD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진출 허가를 미적거리면서 1~2년이 훌쩍 지나가 이제는 중국의 허가를 목매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과거 비디오플레이어 표준을 놓고 소니의 베타방식과 와 히타치의 VHS 방식이 다투다가 히타치의 승리로 굳어지면서 소니의 사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만들어가고 선점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자동차ㆍ철강ㆍ 전자 등에서 세계 최대시장이 돼가고 있는 중국의 내수를 뚫어야 한다고 누구나 강조하고 있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제휴와 협력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가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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