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 등의 여파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주요 신흥국 주식시장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최근 분석을 통해 주요 신흥국 증시가 국제유가 하락 쇼크 등의 여파 속에서 자국 내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서로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도·중국 등에서는 각각 경제개혁·경기부양 등의 호재에 힘입어 훈풍이 부는 반면 러시아·브라질 등은 기피해야 할 시장으로 꼽혔다.
특히 인도 증시는 가장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마켓워치가 꼽은 주요 신흥국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를 보면 올 들어 최고의 수익률을 거둔 10대 EFT중 7개가 인도에 투자한 상품들이며 이 가운데 40% 이상의 수익률을 낸 5대 상품 중 3개가 인도 상품이었다. 닉 스미티에 이머징글로벌어드바이저 수석 투자전략가는 "인도는 정말 (전망이) 밝은 지점"이라며 "투자자들은 인도의 은행과 민간 상점, 경기민감주들을 사길 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인도 증시를 달굴 주요 변수는 개혁개방을 내세운 모디노믹스(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노선) 성공 여부다. 지난해 5월부터 집권한 모디 인도 총리는 외국자본과 기업에 대해 경제를 한층 더 개방하고 복잡하고 후진화된 세제를 개혁하며 고속철도와 발전·정보통신 등에 대한 사회기반시설 투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모디 총리의 친기업적인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인도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물론 증시전문가들은 모디 총리의 개혁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만큼 수익을 낼 만한 다른 신흥국 증시가 대안으로 떠오르지 않으면서 인도로의 자본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증시는 최근의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표적인 고수익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신흥국서 고수익을 낸 상위 ETF 중 40% 이상의 이익을 본 5개 상품 중 2개가 중국에 주로 투자한 펀드다. 마켓워치는 올해 4·4분기 중국에 투자한 주요 ETF 상품들이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 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후강퉁(상하이-홍콩 거래소 간 증권 교차거래 허용) 시행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중화 시장에 대한 국제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 그룹 회장도 최근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중국 주식을 더 많이 사고 있다"며 중국에서 강세장이 이제 시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나단 가너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도 이달 초 중국 증시가 슈퍼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낙관했다. 다만 중국증시 거품론도 만만찮아 조정장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
이에 비해 러시아·브라질·나이지리아·콜롬비아 등은 증시전망이 어두운 시장으로 평가됐다. 마켓워치의 이번 분석에서도 올해 주요 신흥국에서 최악의 수익률을 낸 10대 ETF 중 5개 상품이 러시아 투자상품이었는데 이들 상품의 손실률은 40~50%에 달했다. 이는 러시아 국가재정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영향력이 큰 석유수입이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데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따른 서방의 대러시아제재, 경제 펀더멘털에 회의론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스미티에 수석 투자전략가도 "러시아가 조만간 회복될 전망이 없다"며 비관론을 내놓았다. 브라질 역시 저유가 충격, 경제개혁에 대한 비관론 등을 사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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