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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2조 빅딜] 김승연의 승부수… 유화·방산 키워 세계 일류기업 발판 마련

재계 10위서 9위로 도약… 석유화학·방산 국내 1위

유화 라인업 다양해지고 방산전자·정밀기계까지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

金회장 막후서 진두지휘… 경영 복귀 빨라질 수도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또 한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4개사를 인수해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기계ㆍ로봇 분야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재계 9위로 올라서게 된다.

김 회장은 그동안 회사가 성장 정체기에 있을 때마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활로를 뚫어왔다. 지난 2002년 옛 대한생명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누적손실만 2조3,000억원에 달했던 옛 대한생명을 인수해 지난해 3,550억원을 벌어들이는 회사로 바꿔놓았다.

삼성그룹과의 M&A에서도 김 회장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M&A 건은 우리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며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주요 사업부문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ㆍ방위산업 국내 1위로=한화가 자산규모 17조원 수준인 삼성테크윈을 포함한 4개사를 인수하게 되면 지난해 말 현재 37조원 규모였던 그룹 자산은 약 55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자산기준으로 국내 10위에서 한진그룹(39조원)을 제치고 9위로 올라선다. 특히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은 국내 1위가 된다.

우선 한화는 이번 인수로 석유화학 매출규모가 지난해 기준으로 따지면 18조원으로 증가해 국내 1위 석화업체가 된다. 한화케미칼은 한화에너지와 함께 삼성종합화학의 지분을 각각 26.85%와 29.16%씩 인수한다. 한화 측이 삼성종합화학을 가져오면 매출이 17조5,000억원과 16조4,000억원 수준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한화에 밀려 2ㆍ3위로 내려앉는다.

한화케미칼은 삼성종합화학 지분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보가 가능해졌다. 삼성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한다. 삼성종합화학이 지분 50%를 갖고 있는 삼성토탈은 국내 네 번째 규모인 연 100만톤의 에틸렌과 각종 합성수지, 항공유,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만든다.

한화케미칼은 두 회사를 인수하면서 에틸렌 생산규모를 세계 9위 수준인 291만톤으로 늘리고 가격경쟁력도 높일 수 있게 된다. 1999년 정유 사업부문을 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한 후 15년 만에 정유시장에 재진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또 에틸렌뿐만 아니라 폴리프로필렌·파라자일렌·스티렌모노머, 경유·항공유 등으로 제품다각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방위산업도 확고한 1위 업체로 거듭난다. ㈜한화의 방위산업 부문이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 방위산업 부문 매출이 지난해 기준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증가해 국내 방위산업 1위가 된다. 고(故) 김종희 전 한화그룹 회장이 현재 한화의 모태인 한국화약을 세운 지 62년 만의 일이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의 방위산업 부문이 한화와 다르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기존의 ㈜한화 방위산업 부문은 탄약과 정밀유도무기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삼성테크윈은 영상보안장비(지능형 CCTV)와 가스터빈, K-9 자주포, 항공기ㆍ함정용 엔진, 레이더 같은 정밀기계와 방산전자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이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탈레스는 구축함 전투지휘체계·레이더 등의 군사장비를 생산한다.

이번 M&A로 국내 방위산업시장은 한화그룹에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두산DST의 순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삼성테크윈의 로봇 무인화 사업에도 주목했다. 한화는 앞으로 한화테크엠의 산업기계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기술력을 더하면 공장 자동화와 초정밀 공작기계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테크윈의 영상처리 기술과 삼성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무인 시스템과 첨단 로봇산업에도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이번에 인수하는 4개 기업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할 계획이다.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승연 회장 경영복귀 빨라지나=재계에서는 이번 M&A의 뒤에 김 회장이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하버드대 동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M&A 의사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도 있지만 김 회장의 추인 없이는 M&A 자체가 불가능한 탓이다.

특히 김 회장의 최측근인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이 이달 10일 재임용되면서 김 회장의 경영복귀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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