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은 경칩이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데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ㆍ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만물이 생동하는 우수ㆍ경칩에는 환경보호가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경칩은 우리가 산개구리라 부르는 '북방산개구리'가 주인공이다. 이 개구리는 몸 길이 5.0~8.5㎝로 산간 계곡, 습지 등에 서식한다. 우리나라 양서류 22종 가운데 가장 산란이 이르기 때문에 경칩 무렵에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북방산개구리가 요즘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로 우선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들 수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얼음이 녹으면 바로 산란을 시작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산란시기가 변하고 산란 후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동사(凍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둘째, 지금은 보호종으로 포획이 금지돼 있지만 과거 식용으로 이용돼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북방산개구리는 다른 종과는 달리 물속에서 동면하기 때문에 쉽게 사람의 표적이 돼 왔다. 셋째, 산란지 감소를 들 수 있다. 북방산개구리는 이른 봄 주로 습지에 알을 낳는다. 그러나 습지가 농경지로 개발되면서 개구리가 안전하게 산란할 장소가 급격히 줄었다. 넷째, 제초제 등 농약으로 인한 피해를 들 수 있다. 올챙이가 성장할 무렵 제초제나 농약의 대량 살포로 전멸당하곤 한다. 살충제 살포는 개구리의 먹이인 곤충까지 전멸시켜 버린다. 다섯째, 최근 급증하고 있는 로드킬과 정화 처리가 미흡한 농공단지로 인한 하천오염 등도 북방산개구리의 서식지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진화론의 권위자인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M. 부케티츠 교수는 인간이 스스로 거대한 재앙으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수백만년에 걸쳐 생성돼온 고유 생물체들을 파괴하고 다른 종들을 밀어내 그 생활공간을 끊임없이 점령해왔다는 것이다.
환경의 지표 종으로 알려진 양서류가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에 큰 위험을 암시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자연은 우리 세대만 사용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한번 파괴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우리는 지구에 사는 다양한 생물과 슬기롭게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봄을 알리는 아름다운 개구리들의 향연을 후손에게 계속 들려주려면 우리 모두 자연보호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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